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아세안+3 정상회의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 행사장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11분간 만났다. 한일 두 정상이 비공식으로 만나 대화를 나눈 ‘11분’간의 짧은 시간으로 그동안 얽히고설킨 한일 갈등이 해소됐겠냐마는 의미 있는 만남이 아닐 수 없다. 지난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한일 정상이 ‘8초’간 악수를 나누었을 뿐 공식·비공식 행사나 대화가 전혀 없었음에 비해 이번에는 단독으로 자리를 마련했다는 그 자체가 경색된 한일관계에 물꼬를 틔울 수 있는 계기이기는 하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고 제의했고, 아베 총리가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화답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이 짧은 환담에서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한일 양국 관계의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는 하지만 현 상황과 관련해 일본 현지의 사정은 녹록치가 않고 일본인들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그 사례가 이번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의 만남에 대해 일본내에서의 방송 내용과 현재 일본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에 대한 일본 측의 태도다. 일본 언론에서는 아베총리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는 것인바, 그 원칙적 입장이란 “한국이 청구권 협정을 준수해 양국 관계를 건전한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일본정부의 한국정부에 대한 기존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G20 국회의장 회의 참석차 일본에 머물고 있는 문희상 국회의장을 대하는 일본측 태도도 홀대 분위기다. 통상적으로 한 나라의 의회 수장이 방문했으면 그 나라 의회 수장을 만나는 것은 통장적인 의례임에도 일본 참의원 의장은 문 의장과의 양자 회담을 거절했다. 사유는 지난 2월 문 의장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왕이 직접 사과해야한다”는 발언과 무관치가 않다.

이러한 일본 태도가 한일 갈등의 증폭제가 된 위안부 문제, 한일청구권 재론, 지소미아 문제 등 복잡한 내용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고, 그 전지작업을 한국이 해야 한다는 의도로 엿보인다. 비록 국제회의 행사장에서 문 대통령이 아베 일본 총리와 11분간의 만남이 이어졌다고는 하나, 일본의 대한(對韓) 반응이 잘 드러난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국회에서는 그 관점에 유념한 해소책을 마련해 냉기류를 타고 있는 한일 전선을 잘 이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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