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의 아침평론] 무조건 검찰 힘 빼는 게 ‘검찰개혁’ 아니다
[정라곤의 아침평론] 무조건 검찰 힘 빼는 게 ‘검찰개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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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한동안 떠들썩했던 ‘조국 파동’이 조 전 장관의 사퇴로 사라진 것처럼 보이나 그의 아내 정경심 교수의 재판과 남아 있는 의혹에 사회여론은 아직도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마치 새마을 운동 초창기 시절에 자주 접했던 ‘새마을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고 했던바, 조국 사태로 들끓었던 여론이 시간이 지나도 수그러들지 않고 불길처럼 퍼지고 있는 것이다. 조국 장관과 그 가족들로 인한 혐의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아무래도 검찰 수사가 종결되고 정 교수의 재판이 끝나봐야 그 전말을 제대로 알 것 같다.

일가족을 둘러싸고 그렇게도 말썽들이 많아, 20대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에서는 어떤 사안보다 ‘조국 사태’가 블랙홀로 끌어들였고, 마침내 검찰개혁에 목소리를 높였던 조국 장관은 도중하차하고 말았다. 날마다 악화되는 현 정부와 집권여당을 향한 국민여론을 못 이겨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게 물러난 조국 전 장관의 말이었다. 그러면서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가족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니, 그런 생각이었다면 진작부터 법무장관직을 맡지 않는 게 가족과 정부를 위해 더 좋지 않았나하는 생각들을 많은 국민은 가졌을 것이다.

국민여론 악화에도 정부·여당은 조국 전 장관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정책인 검찰개혁을 완벽하게 완수해줄 것을 주문했었다. 법무부 장관 지명 후 66일, 장관으로 임명된 지 35일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던 조국 전 장관을 버티게 한 것이 검찰개혁이다. 자신이 아니면 문 정부의 검찰개혁을 성공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듯했다. 아무렴 정치검찰이 아닌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기 위한 ‘검찰개혁’은 당연히 이뤄져야하고, 시대적 사명임에는 틀림이 없을 터.

검찰개혁의 핵심은 문재인 정부가 마련한, 조국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당시에 기초했던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안’이다. 이 두 개 개혁안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fast track·신속처리안건)에 태워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이후 한 번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된 적은 없었지만 문희상 국회의장이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하겠다고 이미 공표한 상태로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단순하지가 않는데, 개혁 시도 역사가 잘 증명해주고 있다. 근간이 되는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인 1954년 이후부터 ‘경찰 자질 부족과 경찰권력의 비대화가 발목을 잡아 65년째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공론화의 시작은 지난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제15대 대선을 앞두고 “경찰에 일부 수사권을 주겠다”는 공약에서 출발했으나 무산됐다. 그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정부를 거쳤으나 성과 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검경수사권 조정이 어려운 까닭은 검찰 권력 약화가 당연히 필요하기는 하지만 가뜩이나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까지 넘겨받아 비대화가 된 경찰이 수사권까지 넘겨받으면 그로인한 경찰권력의 비대화 역시 검찰권력 만큼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가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경찰 권력을 확대했다. 소위 ‘수사권은 경찰, 기소권은 검찰’이라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주장이다. 조정안 중에는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까지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게 하는 등 모든 사건에 대한 1차적 수사권뿐 아니라 종결권을 경찰이 갖도록 했다. 또 검찰 수사권도 일부의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에 관해서만 한정하기로 하는 등 검찰 입장에서 본다면 개악이나 다름없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한마디로 검찰 힘을 빼고 그 권력을 경찰 손에 쥐어주겠다는 것인바, 검찰로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요소들이 두루 포함돼 있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사법권을 행사하지만 임무의 근본과 조직운영의 출발이 다르다. 검사는 법률 적용의 정당성을 감시하는 공익 대표자로서 방대한 경찰조직을 통제해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인데 반해, 경찰 본연의 임무는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치안이다. 시중 지식층과 일부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이 참여정부 당시 검찰개혁에 대해 복수하듯 수사해서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검찰에 대해 복수극 한다는 말까지 나돈다. 그래서 “검찰의 힘을 확실히 빼자”는 여권 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의 도중하차는 그의 가족의 범죄혐의로 인한 것이다. 그러함에도 정부·여당에서는 검찰권력의 칼끝이 검찰개혁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조 전 장관 가족을 겨냥했다는 식으로 몰고 가, 검찰개혁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사법권 법리와 현실을 감안해 조정해야지 무조건 검찰 힘만 빼겠다는 식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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