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은 입시의 공정성을 위해 정시 비중을 늘리며 학생부종합전형을 개선하고, ‘고교 서열화 해소’ ‘공교육 역량강화를 통한 사교육 억제’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 등 공교육 전반에 대한 공정성 강화를 주문했다. 교육부는 “다음 달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고, 자사고와 특목고는 2025년에 폐지를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학종을 개선하고 정시를 확대하라는 대통령의 주문에 국민들이 원하는 정시 확대를 추진하며,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특목고, 자사고 폐지를 슬쩍 끼워 넣는 모양새다.

교육부는 전국 자사고·특목고를 법 시행령의 근거 조항을 삭제해 2025년에 전부 없애겠다고 한다. 교육청 차원에서 추진하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좌절된 자사고 폐지를 교육부 차원에서 재추진 하려는 속셈을 드러냈다. 특목고 폐지와 공교육 역량강화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실력으로 공정하게 특목고에 진학한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려는 의지를 국가가 통제하려는 발상부터 공정성에 어긋난다.

고교 평준화로 인해 나타난 학력 저하 문제와 인재에 대한 수월성 교육의 필요성에 의해 1992년 외고가 특목고로 지정되고, 2002년에 자사고 제도가 도입됐다. 우수한 교육 커리큘럼과 오랜 전통에 의해 다져진 면학 분위기, 교사의 열정 등이 합쳐져 이들 학교에서 배출된 인재가 세계 곳곳에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특목고, 자사고가 정말로 문제가 많아 반드시 폐지해야 할 학교였다면,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교육감들이 자녀를 특목고, 외고에 진학 시킨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부터 말해야 하지만 납득하기 힘든 조로남불식 주장만 한다. 자신의 자녀들은 이미 특목고를 졸업시켰다고 이제 서민들이 타고 올라갈 계층 사다리를 아예 없애려 한다. 자신의 자식들만 용으로 키워 개천의 붕어, 개구리, 가재가 되어 사는 서민의 자녀들 위에 군림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특목고,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진보교육감들은 공교육 정상화의 대안으로 10년째 겉돌고 있는 혁신학교를 내세운다. 10년 전 혁신학교 1곳 당 1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편파적으로 지원하며 활성화에 나섰지만 학부모들마저 반발해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혁신학교를 주도하는 세력이 전교조 교사들이기 때문에 일반 교사들은 전입을 꺼릴 정도로 혁신학교는 교사, 학부모, 학생의 기피학교가 됐다.

필자도 3년간 혁신학교에 근무하며 정부비판 수업을 하는 전교조 교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다 전교조 교사들의 집중공격을 받으며 전쟁 같은 싸움을 했던 기억이 있다. 특정 세력이 주도하며 교사들 간 갈등을 조장하는 혁신학교는 폐지해야 할 대표적인 정책이다. 공교육 역량 강화는 혁신학교에 지원하는 예산을 모든 학교에 더 고르게 분배해 일반학교의 수준을 올리는 것에서 출발하면 된다. 공정성 강화는 기득권이 편법으로 대학 진학하는 수단이 된 학종을 폐지하고 정시를 대폭 확대하면 된다.

국가는 교육의 다양성을 존중해 다양한 학교를 만들어 아이들이 원하는 학교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도록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공부 잘하고 싶은 학생은 공부하는 학생이 모인 학교로, 공부 대신 다른 일을 하고 싶은 학생은 특성화된 직업학교로 진학하도록 다양한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직업학교만 나와도 생활이 가능한 사회와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국민이 위임한 정권을 잠시 맡은 정부가 국민들 의견이 찬반으로 팽팽하게 대립되는 정책을 굳이 법까지 바꿔가며 추진해 혼란을 부추기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마저 추켜세웠던 교육열로 수많은 인재를 만들어 낸 나라에서 우수한 아이들이 진학하고 싶은 학교를 없애 하향평준화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사회가 적폐 청산에 내몰려 이상한 패러다임이 구축되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 잘 사는 사람과 좋은 학교에서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학생들이 청산해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모두가 못살고, 모두가 공부 안하고 노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려고 한다. 서민들이 더 노력해 부자가 될 생각은 안하고 부자가 가난하게 되자 행복한 나라가 됐다고 박수치며 좋아하는 꼴이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가 이런 나라는 분명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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