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제공: 대전예술의전당) ⓒ천지일보 2019.11.6
조수미. (제공: 대전예술의전당) ⓒ천지일보 2019.11.6

잉글리시 콘서트 & 조수미 내한공연, 기립박수와 앵콜의 연속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조수미를 대전에서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대전예술의전당에서 5일 밤, 조수미는 ‘잉글리시 콘서트 & 조수미 내한공연’ 가운데 ‘팔색조’ 매력을 끝도 없이 뿜어냈다. 그는 4~5번의 앵콜을 너끈히 소화해내고도 우리들의 가슴에 지금까지 짙은 여운을 번지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밤 한 무대에서 오페라, 뮤지컬, 크로스오버, 가곡, 민요 등 모든 장르를 보고 만지며, 그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30년 넘게 전 세계에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조수미의 이날 공연은 한마디로 ‘퍼펙트(Perfect)! 그 이상의 무한 감동’이었다는 데 모두 공감할 것이다.

조수미의 첫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솔직히 인내심이 필요했다. 그 기다림 가운데 잉글리시 콘서트(The English Concert)의 고음악 앙상블이 한편의 위로가 되어줬다.

이들은 작곡가 당대의 주법과 악기를 연구해 시대를 재현하는 음악을 선보이고, 각 악기를 대표하는 바로크 전문 솔리스트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처음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보인 조수미는 베일로 얼굴을 가린 채, 금색과 어우러진 짙은 브라운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서 그립던 얼굴을 새색씨처럼 조심스레 드러내며 공연을 시작했다.

첫곡으로 오페라 ‘비야제트’ 중 “나는 멸시받는 아내라오”(“Sposa, son disprezzata” from opera <Bajazet>, RV 703)를 선보였다.

이어 두 번째, 하늘색 물빛 드레스를 입고 커피 요정으로 변신한 조수미는 오페라 ‘커피 칸타타’ BWV 211 중 “아, 커피 맛은 정말 기가 막히지”를 정말 매혹적으로 연주했다.

정열적인 레드 드레스를 입고 오페라 가면을 쓴 조수미는 손에 카드를 들고 오페라 프리마돈나로, 눈부신 화이트&연한 핑크 솜으로 장식한 천사로, 또 변신을 거듭했다.

오페라 <오이디푸스> 중 ‘음악은 잠시동안’ Z 583에 이어 오페라 <줄리오 체사레> HWV 17 중 ‘저를 가엾게 여기지 않으신다면’, 오페라 <로델린다> 중 ‘내 사랑하는 이여’, 오페라 <오론테아> 중 ‘나의 님 계신 주위에’, 오페라 <알치나> HWV 34 중 ‘내게 돌아와주오’를 온몸을 다해 연주했다.

그리고 조수미는 올갠 쪽으로 몸을 던졌다. 지휘자 해리 비킷(Harry Bicket)은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청중을 향해 고개숙여 인사했다.

앵콜공연으로 한복 느낌의 색동옷을 입고 나선 조수미는 “꽃바람, 꽃바람, 마을마다 훈훈한 바람이 불어오라~~”라는 가사의 ‘꽃구름 속에’를 부르는가 하면 ‘우정과 평화’를 상징한다고 소개한 ‘아리랑’으로 우리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어루만졌다.

청중의 박수와 환호가 끊이지 않자, 다시 무대로 나온 조수미의 마지막 앵콜곡은 페르골레지-<마님이 된 하녀> 중 “주인님은 참 이상하셔요” Pergolesi-"Stizzoso mio stizzoso" from <La serva padrona>였다. 

그 손끝의 움직임에 따라 청중의 박수 소리와 함성은 대전예술의 전당 아트홀 천정을 들썩이게 했다. 음악의 신비로움은 모든 시름과 고통, 삶의 무게를 잊고 긍정의 아름다움으로 다가가게 만드는 충격이 되었다. 

조수미는 어린 시절, 가난 속에서도 교육열이 높았던 어머니 곁에서 자라면서 없는 것이 많아 ‘(있는) 셈치기’ 놀이를 하던 때가 있었다. 또 참으로 외롭고 힘들어 눈물로 버텨냈던 해외유학시기를 딛고 탄탄하게 무르익은 실력이 있기에 그 누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무대 위에서 오래도록 변함없이 그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신(神)이 내린 목소리, 100년에 한명 나올까 말까’라는 표현으로 불리는 조수미, 엄청난 경력과 실력에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이 아름답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는 자신을 얼마나 혹독하게 훈련해왔으며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을까.

그는 지난해 3월 러시아에서 개최한 세계 최대 규모의 ‘제1회 브라보 어워드’에서 최고 여성연주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계 곳곳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그토록 높이기까지 숨겨진 눈물과 고통을 이겨낸 조수미!

그에게 영원히 박수를 보내며, 오래오래 지속적으로 ‘사랑과 평화’를 온 세상에 전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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