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왼쪽) 홍콩 행정장관이 4일(현지시간) 제2회 중국 상하이 국제수출입박람회 참석차 상하이를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캐리 람(왼쪽) 홍콩 행정장관이 4일(현지시간) 제2회 중국 상하이 국제수출입박람회 참석차 상하이를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1일 폐막한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중국의 홍콩 통제권 강화 방침을 밝혔다.

시진핑 주석은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을 만나 홍콩의 현 시국에 대해 논의하며 더욱 확고한 중국의 통제와 개입 의지를 드러냈다고 BBC 등 외신들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은 국가 안보 수호를 위한 법률을 도입해 홍콩에 대한 전면적 통제권을 행사하겠고 밝히며 당분간 시진핑의 절대권력을 통해 홍콩을 더욱 압박하고 홍콩 시위대에 강경노선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BBC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4중 전회를 마친 후 특별행정구의 국가 안전 수호를 위한 법률 제도와 집행 시스템을 건립한다.

홍콩 정부는 2003년 기본법 23조에 의거해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홍콩 시민 50만명이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해 철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이 멈추지 않는 홍콩 시위를 겨냥해 캐리 람 홍콩장관을 앞세워 국가보안법 도입을 재추진할 경우 장기화되고 있는 홍콩 시위는 더욱 큰 소용돌이 속으로 빠질 위험이 크다.

홍콩 시민들도 주목했던 이번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에서는 절대 권력 시진핑의 주석 후계구도에 대한 논의조차 전혀 없었다. 오히려 시진핑의 무소불위 권력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고 BBC, AP통신 등 외신들은 분석했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인민일보는 “4중전회서 시진핑 주석의 지도력을 재확인했다”라며 “중국은 2049년까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을 보여주겠다”라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이에 반발한 홍콩 시위대가 지난 주말 중국 정부의 권위를 상징하는 관영매체인 신화통신 홍콩지사를 공격했다.

홍콩 경찰의 집회 금지 조치에도 거리로 몰려나온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한 가운데 한 여성이 최루탄에 괴로워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홍콩 경찰의 집회 금지 조치에도 거리로 몰려나온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한 가운데 한 여성이 최루탄에 괴로워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3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경찰은 센트럴 등 도심에서 동시다발로 벌어진 전날 시위와 관련해 불법 시위 등 혐의로 200명 이상을 체포했다.

이날 수천명이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 행진을 벌였으며,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 발포로 맞섰다.

홍콩 시위가 22주 이상 끊임없이 지속되자 강경노선을 선택한 시진핑 주석은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에 참석한 람 장관을 만나 홍콩 정세에 대해 보고 받았다.

시 주석은 오히려 람 행정장관을 격려하며 행정 장관에 대한 임면 제도를 보완하는 등 중앙정부에 부여된 각종 권리를 법에 따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람 장관과의 회동 자리에서 홍콩의 반(反)정부 시위가 5개월째 지속되고 있다며, 혼란과 폭력을 종식하고 질서를 재건하는 일은 여전히 홍콩의 최우선 과제로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BBC는 시 주석이 홍콩 문제를 특별히 언급한 이유에 대해 홍콩 사회의 각계 인사가 전면적으로 ‘일국양제’ 원칙과 기본법을 관철해 홍콩의 안정을 지켜나가길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시위가 계속된다면, 국가보안법 제정 등 홍콩 통제권에 대해 더욱 깊이 관여하고 강화하겠다는 속내도 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BBC는 중국은 사회주의 시스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번 4중전회 이후 정치·군사·경제·문화 등 다방면에서 중국 사회주의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며, ‘특색사회주의’로 뒤처진 개발도상국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캐리 람 장관이 홍콩 행정을 강화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뒤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 중 하나는 향후 홍콩에 대한 중국의 개입이 어떻게 얼마나 구체화 모드로 진행될지 여부다.

중국이 홍콩의 특별행정구 수호를 위한 법 및 제도를 구축할지, 일국양제 체제에 대해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의 저항을 어떻게 막아낼지, 계속적으로 사상자가 발생하고 저항이 거센 홍콩 민심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등 중국이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두개가 아니다.

18일(현지시간) 홍콩 경찰이 홍콩 센트럴 구역에서 시위대를 향해 경고 손팻말을 들고 불법 집회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18일(현지시간) 홍콩 경찰이 홍콩 센트럴 구역에서 시위대를 향해 경고 손팻말을 들고 불법 집회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최근 인민일보는 “홍콩 독립은 어떤 상황에도 통하지 않는다”며 논평했다.

인민일보는 4일 해외판 논설을 통해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라며 “홍콩의 구의회는 특별행정구의 제도 틀 안에 속해있고 선거에 참여하는 자는 반드시 기본법을 지지하고 홍콩특별행정구에 충성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출마자는 후보자로 지명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슈아 웡이 미국 등 해외에서 홍콩 시위의 지지를 호소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는 해외 세력의 ‘앞잡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중국에 뿔난 홍콩 시위대의 중국관련 기업들의 불매운동과 더불어 홍콩 내에서도 친중, 반중파들이 나뉘어 이데올로기를 논쟁하고 서로 강하게 분노하며 갈등도 극에 달한 상황이다.

지난 주말에는 서로 정치 논쟁을 하다가 상대방 일가족 4명에 흉기를 휘두르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2일 하루 동안 200명이 넘는 시위대가 체포됐다. 지난 4일에는 홍콩과학기술대 학생이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하려다 건물에서 떨어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BBC는 시진핑 주석은 홍콩 영토 내에서 충돌을 진압하려고 애쓰는 람 장관에 대해 높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다며 람 장관이 폭풍을 막고 질서를 회복해야하는 홍콩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고 시 주석이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때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은 1997년에 중국으로 이양되었다. 홍콩은 자체 사법부와 중국 본토와는 별도의 법률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나, 중국 본토 국민은 집회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와 같은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영국식 민주주의에 물든 홍콩 시민들을 의식한 듯, 시 주석은 람 장관에게 홍콩 정부가 민심을 달래기 위해 민생개선 작업도 동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사회 각계각층과의 대화와 민생개선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라며 “홍콩 사회의 각계 인사가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지켜나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BBC는 논평에서 중국은 절대 홍콩에 대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홍콩통제에 대한 의지 강화로 싸움은 한동한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10월 중국 전문가인 에스와르 프리사드 코넬대 교수는 “홍콩에서 폭력 시위가 계속 이어진다면 중국은 아주 강경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라며 “중국이 직접 개입하는 대신, 람 장관에게 힘을 더 불어넣어 홍콩을 통제하에 집어넣으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재 홍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을 의식한 듯, 최근 “중국과의 무역협상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과의 정확한 무역 합의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CNN 등 외신들은 미중 무역전쟁은 먹구름이 여전하다며 지금은 휴전중이나 장기간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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