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목사가 아들 목사에게 목회직을 세습한 것으로 알려진 여수 한 교회의 모습. (출처: 네이버 지도 캡처)
담임 목사가 아들 목사에게 목회직을 세습한 것으로 알려진 여수 한 교회의 모습. (출처: 네이버 지도 캡처)

명성교회 이어 일부 교회서도

세습 정황 포착…“문제 없다”

 

명성교회 반발 목소리는 확산

신학자들 “세습 즉각 철회하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명성교회 부자세습은 결국 우려했던 대로 ‘교회 세습’의 분수령이 되고 말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의 사실상 세습을 용인해 준 판결 이후, 세습을 강행하고 있는 교회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명성교회 세습을 규탄하는 교계 내부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 명성교회 세습을 둘러싼 갈등은 올해에도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개신교 매체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여수에 있는 S교회가 최근 아들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준 정황이 포착됐다.

아들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준 윤모 목사는 일반적인 교회 세습과는 다르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목사는 매체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은퇴한 지 10년 정도 됐고, 중간에 다른 목사가 시무했기 때문에 교단의 세습금지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여수노회는 윤 목사가 아들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준 것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여수노회장은 “(그 교회는 약한 곳이라) 세습금지법을 적용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오히려 (아들이) 가 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교회가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부자 세습을 강행한 목사는 S교회뿐 아니다. M교회도 지난달 의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담임 목사의 아들을 위임 목사로 청빙해 논란이 일었다.

M교회의 부자세습이 알려지자 당시 M교회가 소속된 서울동북노회는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노회장 김모 목사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세습금지)법이 살아 있다”면서 “법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신학자들 “명성교회 불법세습, 즉각 철회하라”

이런 가운데 명성교회 세습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반발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2일엔 한국 신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명성교회의 불법 세습을 규탄하고 나서기도 했다. 다수의 신학자가 특정 사안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한 목소리를 낸 적은 극히 드물다.

이들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명성교회의 불법세습 즉각 철회와 예장통합 총회의 공개사과 등을 요구했다. 성명서엔 한국기독교윤리학회와 한국교회사학회, 한국여성신학회, 한국문화신학회 등 51개 소속기관의 한국 신학자 302명이 참여했다.

신학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을 꾸짖어야 할 교회가 자신이 가진 것을 내려놓지 못하고, 도리어 지키겠다는 욕심으로 교회를 세습하는 일은 신학적으로 도무지 양보할 수 없는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명성교회 세습 재판이 열리는 5일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신학생들이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회 재판국의 공정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8.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명성교회 세습 재판이 열렸던 지난 8월 5일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신학생들이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회 재판국의 공정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8.5

또 “한국교회가 거룩한 공교회성을 회복하기를 촉구한다”며 “공교회성을 훼손하는 명성교회 사태를 계기 삼아 개신교회에 속한 모든 교회가 목회의 직접 세습 및 변칙 세습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한편 명성교회 부자세습 판결로 인해 여전히 어수선한 가운데서 예장통합은 시국기도회를 개최했다. 지난 104회 총회 폐막 시 채택한 시국성명 내용이 전국교회로 확산되지 못하고 그 의미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국선언 중에는 ‘우리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적인 복음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우리는 하나 되게 하시는 성령의 능력 안에서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일에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과연 명성교회의 세습을 사실상 용인해준 총회의 판결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인지, 교인들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일인지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