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배우자 정경심(구속) 동양대 교수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연거푸 기각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각 사진 출처: 연합뉴스, 게티이미지뱅크. 합성 천지일보) ⓒ천지일보 2019.11.5
조국 전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배우자 정경심(구속) 동양대 교수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연거푸 기각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각 사진 출처: 연합뉴스, 게티이미지뱅크. 합성 천지일보) ⓒ천지일보 2019.11.5

두 사람 휴대전화 압색영장 기각에

필요성 놓고 갑론을박 이어져

개인 민감정보 담긴 스마트폰

압수수색 시 사생활 침해 우려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배우자 정경심(구속) 동양대 교수의 휴대전화(스마트폰)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번번이 기각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이 이렇게 집착할 정도로 휴대전화 압수가 필요한지, 이 과정에서 과도한 개인 정보 침해는 없는지 등이 쟁점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정 교수에 휴대전화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검찰은 조 전 장관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여러 차례 청구했으나 역시 법원은 영장을 발부해주지 않았다.

이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법원이 개인정보 보호에 엄격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냄에도 검찰이 무리하게 휴대전화 확보에 나선다는 것과, 휴대전화가 없으면 수사 진척에 어려움이 있다는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검찰 입장에서 휴대전화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증거다. 현대인의 하루가 고스란히 휴대전화에 기록된다. 특히 스마트폰은 모든 것이 다 가능한 상황에서 그야말로 ‘노다지’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포렌식을 거치면 통화나 ‘카카오톡’ 메시지뿐 아니라 각종 검색기록, 심지어 위치정보까지 고스란히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허위신고 및 미공개정보이용 등 혐의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허위신고 및 미공개정보이용 등 혐의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3

하지만 그만큼 민감한 개인정보도 유출되기 쉽다는 얘기가 된다.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개인 사생활까지 유출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을 당시 휴대전화는 아니었지만 조 전 장관의 딸 조모씨의 중학생 시절 다이어리까지 압수수색하려 해 논란이 된 사례가 있다. 현대인의 휴대전화는 사실상 다이어리나 마찬가지고, 어쩌면 더 민감하고 내밀한 내용도 담겨 있을 수 있기에 계속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런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PC의 경우 하드디스크 전체가 아닌 일부 데이터를 특정해서 복제·복원하는 기술을 정립돼 있다. 이를 ‘데이터카빙’이라 부른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최근엔 별건수사 문제 때문에 (PC의 경우) 하드디스크 전체 압수를 지양하고 데이터를 특정해 압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에도 압수수색 범위를 명확히 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106조에 따르면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 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해 제출받아야 한다.

하지만 휴대전화의 경우 특정 정보만 추출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여러 다양한 정보들이 혼재돼 있고, 파일 간의 경계가 불분명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 특수부 축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검찰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 특수부 축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검찰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4

앞서 언급한 형사소송법 106조에도 이같이 ‘범위를 정해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보저장매체등을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휴대전화를 통째로 들고 가는 식의 압수수색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생활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휴대전화의 디지털포렌식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데, 정말 긴 작업시간 탓에 이마저도 만만치 않다. 과거 기자의 취재과정에서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는 “(수사를 위한 복제 과정에서) 하나씩 선별해야 되는 그 작업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데, 변호사들도 피곤하고 시간도 많이 뺏기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로선 영장을 발부해야 할 법원이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임해야 하는데, 조 전 장관 같은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경우 영장에 관련된 결정 하나하나에 판사 이름이 호명되는 등 첨예한 갈등을 낳고 있어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논쟁이 되고 있다. 한편으론 조 전 장관 사건이 아니었으면 이만큼 이슈화가 됐겠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있다.

결국 명확한 법 제정을 통해 논란을 사전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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