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열릴 때마다 정치인들은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고 한다. 지난 9월 1일, 20대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 회기가 시작된 이후, 상반기 내내 여야 모두에게 싸움터 같았던 국회 의사당이 어떠한 모습으로 바뀔까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관심이 컸다. 특히 내년 4월 15일,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이 어떤 활약상을 펼쳐 총선 고지에서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갈까 작은 기대를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감사가 조국사태로 얼룩지고 예산 심의 등이 진행되는 시기를 맞았어도 여야가 자기 정당의 이익을 위해 티격태격하기는 마찬가지다. 

국회에서는 총규모 513조 5천억원 규모의 ‘2020슈퍼예산’ 심의·의결와 패스트 트랙을 탄 선거제도 개혁안 등 현안 이외에도 민생법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태다. 그야말로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국민편익을 위한 제도 개선 등 할 일이 태산처럼 많음에도 여야는 건건 마다 상대를 견제하고 있으니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국회 본연의 일을 뒤로 미룬 채 내년 총선을 위한 장외활동이나 그 준비에 몰입하고 있으니 아예 국민은 뒷전이다.   

국회는 의정 활동 전반에서 대화와 타협이 핵심 가치이다. 어떠한 국정 현안과 정책이라도 관점과 정당 입장에 따라서는 달리 해석될 수 있는바, 원만한 운영을 위해서는 여야 간 합의가 중시돼야한다. 물론 여당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때로는 방패막이가 돼야 할 테고, 반면 야당은 정부를 견제하고 실정(失政)을 부각시키며 대안을 마련해 국민에게 널리 인정받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대의정치에서 민의의 전당이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정당 이기주의와 의원 개인의 이익을 위하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것인즉, 20대국회에서 그간 보여준 게 있다면 상대 탓만 하면서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식물국회, 또 패스트 트랙 처리과정에서 치열하게 몸싸움 했던 동물국회는 부끄러운 국회상이 아닐 수 없다.  

정치가 살아있는 생물 같아 우여곡절을 겪긴 해도 그 많은 국가·사회적 문제점들을 제도적으로 용해시키는 기능이 바로 국회의 몫인 것이다. 이제 한 달 남짓 남은 정치의 계절에서 국회는 민의의 전당으로서 바른 역할을 해야 하고, 여야 의원들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써 국민이익을 도모해야 하겠지만 협치가 실종된 마당에 국민걱정이 크다. 오죽했으면 문희상 국회의장이 20대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협치를 강조했을까. 문 의장의 말따나 “전반기가 ‘청와대의 계절’이었다면 이제는 ‘국회의 계절’이 돼야 한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정치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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