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19.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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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달팽이를 그릴까 땅콩을 그릴까 생각하다가 땅콩을 그렸는데 달팽이를 닮아서 둘 다 표현될 수 있도록 그렸다. 

건축을 하다보면 흔히 있는 일 중에 마음이 변하는 경우가 많다. 건축 진행과정은 마음을 추스르는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자신과의 치열과 전쟁이다. 그 과정이 견고하면서 융통성이 있어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반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의견을 밀어 넣을 찰나를 찾는 데 열중한다. 

흔히 골든타임이라고 부르는 것이 건축에서 언제쯤일까? 공사를 시작하면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치고 들어갈 시간이 마땅치 않다. 놓치거나 후회하거나 불편해진다. 

건축설계의 중요성을 매번 이야기해도 모자랄 것이 없겠지만 공사기간 동안 엉뚱하게 보일 자신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 생각한다면 설계진행 기간 동안 많은 고민과 생각을 집중적으로 해야 하고 반영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건축시공과정은 건축물의 품질을 올리는데 치중하는 시간인데 설계에서 부족했던 것을 채울라치면 더 큰 손실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아쉬움이 있더라도 그냥 지나치게 되고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사람은 빨리 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안정적이고 편안한 것이 마음도 편안하게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 환경을 많이 따진다. 

뇌 과학에서 말하기를 12살까지 뇌의 상당부분이 완성이 된다고 한다. 어릴 때 자란 고향의 느낌을 평생 향수로 간직하는 것도 사고의 대부분을 완성하는 이시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서 변화하는 것들은 천천히 변화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말이다. 역으로 어릴 때부터 변화감 없고 획일화된 공간인 아파트에서 자란다면 나이가 들고 여유 있는 어른이 되어서도 주택에서의 삶을 쉽게 꿈꾸지 못한다. 엄청난 변화라고 느끼기 때문에 차분한 아파트의 공간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쳇바퀴 돌듯 악순환이 될 것이다.  

건축은 서서히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항상 방에 있었던 창문을 기억하고 현관문에서 집안을 들여다보았던 자신의 모습을 상기하는 일상의 평범함이 자신을 지탱한다. 

싫든 좋든 간에 서서히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갑작스런 건축으로 변화되지 않는다는 말이고 수긍해야 한다는 부분이 상당부분인데 그 또한 건축 안에서 많은 부분이 역할을 한다. 

여유가 있는 공간은 여유 있는 마음을 살찌울 것이고 팍팍한 공간은 답답한 마음을 지배할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변했다는 것을 달팽이가 몇 시간 동안 지나간 흔적을 나중에야 알듯이 건축 속에서 자신의 모습은 한참 후에나 변화된 모습을 스스로 찾게 된다. 

이런 과정은 좋은 건축물에서 생성되는 것인 만큼 설계 기간을 좀 더 확보해서 나중에 알게 될 자신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발견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간 동안 잘 반영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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