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도우미가 신생아를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 캡쳐본.
산후도우미가 신생아를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 캡쳐본.

강하게 내리치며 손찌검 계속

성인도 아플 정도로 폭행해

“정기적인 점검 시스템 필요”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산후도우미가 출생한 지 갓 25일이 지난 신생아를 학대하는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영상은 부모가 몰래 설치한 휴대전화 공기계에 녹화됐다.

해당 산후도우미는 구청 보건소에서 보내준 업체 리스트를 전달받은 후 연락해 배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허술한 정부 지원 산후도우미 관리체계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이달 9일부터 산후도우미 일을 맡은 A(59)씨의 신생아 학대는 아기 부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지난 29일 낮 12시 50분부터 오후 2시 40분까지 약 두 시간 동안에 이뤄졌다.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찍힌 영상에는 A씨가 안고 있던 아이가 비명에 가까운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A씨는 달래기 위해 등을 두드리는 듯하더니 손을 번쩍 들어 강하게 내리치며 손찌검을 계속했다.

아이가 자는 방으로 들어온 A씨는 진공청소기의 굉음과 함께 포대기에 싸여 조용히 자고 있던 아이를 거칠게 뒤집은 상태로 시끄럽게 청소했다. 청소기를 돌리던 도중 가만히 누워있는 아이를 손으로 들어 올려 내동댕이쳤다. 또한 A씨는 소음을 내고 있음에도 아이를 다른 방으로 옮기지 않았다.

이에 깃털처럼 가벼운 신생아는 이리저리 나뒹굴다가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앙’하는 짧은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또 A씨는 “자거라! 이놈의 XX!”라는 말과 함께 성인도 맞으면 아플 정도의 거센 손놀림으로 신생아의 엉덩이와 등을 찰싹 소리가 울릴 정도로 세게 내리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던 아기 부모는 산후도우미로 온 A씨가 유치원생인 첫째에게 살갑게 대하고 집안일도 곧잘 도와주는 모습에 매우 만족해했다.

아동학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8.8.21
아동학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그러던 중 큰아이의 유치원 진학문제로 오랫동안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아기 부모는 A씨에게 신생아를 전적으로 맡기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CCTV 앱을 설치한 스마트폰을 방안에 몰래 놓아두고 외출했다.

부모가 외출한 사이, 동영상의 움직임을 감지하면 알람을 보내는 스마트폰 앱은 신생아 엄마의 휴대전화로 수차례 알람을 보냈다. 전송된 CCTV 앱 동영상을 본 신생아 엄마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놀란 아이의 엄마는 남편에게 먼저 이 사실을 알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남편은 집에 가자마자 산후도우미인 A씨에게 식사 여부를 확인한 뒤, 조심스럽게 신생아를 받아 안으며 귀가한 아내와 함께 경찰에 즉시 신고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집안일 등을 하는데 아이가 계속 보채자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집안 사정으로 생업을 위해 지난해부터 교육을 받기 시작해 본격적으로 산후도우미를 하게 됐다.

생후 20여일이 지난 신생아는 이 일을 겪은 후 마치 경기를 일으키며 놀라서 잠을 깨기를 반복했다. 이뿐 아니라 설사를 쏟아내는 증상이 계속되자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기도 했다.

경찰은 A씨가 다른 전과는 없었지만, 촬영 동영상 분석 결과 아동학대 혐의가 분명하다고 보고 신병 처리 어떻게 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청 ‘아동학대 신고 및 검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6년 1만 830건에서 2017년 1만 2619건, 지난해 1만 2853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도 8월까지 신고 건수가 9653건에 이르러 아동학대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미숙 서울기독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분리보호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고 아동은 가정에서 돌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하다”며 “위탁가정의 부족이라는 인프라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학술지 ‘형사정책연구’ 논문 집필자들은 “아동 대상 부검률이 13% 안팎이므로 가정 안에서 은밀히 발생해 은폐가 쉽다”며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아동 사망에 대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정기적으로 점검·확인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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