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여 궁남지-눈이 내린 직후 정자를 중심에 두고 전체적으로 가로수와 어우러진 설국을 담는 게 촬영 포인트. (사진제공: 부여군청)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겨울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전국이 흰옷으로 갈아입자 아름다운 풍경을 렌즈에 담기 위해 사진가들의 발길이 바빠지고 있다. 이른바 전국 각 지역의 ‘사진출사 명소’로 입소문난 현장을 찾는 모습이기 때문인데, 과연 어떤 곳이 사진가들에게 각광받고 있는지 출사여행을 떠나보자.

◆ 경기·충청-올림픽공원, 아침고요수목원, 궁남지

드넓은 언덕을 배경으로 외롭게 서 있는 ‘왕따나무’는 많은 사진가를 서울 올림픽공원으로 모으고 있다.

푸른 언덕과 감성을 자아내는 보리와 어울린 왕따나무는 4계절 출사장소로 멋지지만, 겨울이 되면 다른 색다른 매력을 뽐낸다. 주로 공원이 흰 눈으로 뒤덮였을 때 올림픽공원과 왕따나무의 겨울을 찍는 것이 포인트다.

사계절 한국의 원예학적 미를 보여주고 있는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은 겨울밤이면 동화의 나라로 변신한다. 12월 초부터 이듬해 2월까지 매일 저녁마다 밝혀지는 오색조명은 사진가들을 판타지 속으로 초대한다.

4회째를 맞은 아침고요수목원의 ‘오색별빛정원’전은 프로 및 아마추어 사진가의 출사장소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올해는 수목원 자체로 ‘오색별빛정원’전 사진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출사명소만의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의 사랑이 담긴 부여 궁남지에도 눈이 내리면 감성사진출사 명소로 변신한다. 부여 남쪽에 있는 백제의 별궁 연못으로 현재는 별궁 안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우물과 주춧돌, 정자와 목조다리가 전부인 궁남지이지만 백제시대 때는 신선정원으로도 불렸다.

눈이 내린 직후 궁남지를 찾으면 순백의 기운이 우리 전통양식과 만나 아름다운 설국으로 변해있다. 궁남지는 되도록 많은 눈이 내린 직후에 정자를 중심에 두고 전체 풍경을 배경 삼아 찍는 컷(Cut)이 포인트다.

▲ 강릉 정동진-새해 일출촬여엥 많은 사진가들이 모이는 곳으로 정동진 내 모형 배와 떠오르는 해를 찍는 것이 포인트. (사진제공: 강릉시)
▲ 대관령 양떼목장-목장전테가 설국으로 변했을 때 초가집을 기점으로 풍경을 담아주면 좋다. 또 서로를 의지하면서 추위를 이겨내는 양떼의 모습을 촬영하는 것도 잊지 말자. (사진제공: 대관령 양떼목장)

◆ 강원-정동진, 양떼목장, 춘천소양5교

배우 최민수·고현정 주연의 드라마 <모래시계>로 단박에 유명관광지가 된 강릉 정동진은 주로 새해 일출과 관련해 많은 사진가가 찾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인 정동진역은 일출 사진을 찍기 위한 사진가들에게 교통의 편리함을 제공하면서도 주변에 있는 조형물로 해돋이 분위기 연출에 탁월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산 위에 배가 있어 ‘노아의 방주’라는 속칭이 붙을 정도로 매우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는 썬크루즈 역시 해돋이 사진출사명소에 일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설국의 대표명소로도 꼽히는 평창 대관령 양떼목장은 배우 신하균·백윤식 주연의 영화 <지구를 지켜라>에서 등장한 초가집이 그대로 남아 있다.

사진가들은 양떼목장의 설경을 찍을 때 이 초가집을 중심으로 한 폭의 그림 같은 예술 사진을 렌즈에 담아내기도 한다.

거기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서로 몸을 비비면서 장난치고 있는 양 떼의 모습도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설국과 양 떼의 어울림이 알프스를 연상시켜 사진가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혹독한 추위에 완성되는 자연의 신비로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곳도 사진가들에게는 많은 사랑을 받는다. 춘천 소양5교는 추우면 추울수록 장관을 이루는 겨울 출사명소로 새벽 시간 자욱한 물안개와 눈꽃이 핀 것처럼 나뭇가지마다 상고대가 어우러진 풍경을 담아내는 것이 촬영의 포인트.

▲ 광주 무등산-눈이 내리고 기온이 많이 떨어져 서석대·입석대 주변에 나뭇가지에 상고대가 피어나 온통 순백색일때 촬영하는 것이 포인트. (사진제공: 광주시)

◆ 호남-서편제길, 무등산, 메타세쿼이아길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에서 등장한 청산도 서편제길. 눈으로 덮인 서편제길도 아름답지만, 낮은 돌담과 겨울이 주는 냉랭함이 어우러진 풍경들. 쓸쓸함과 동시에 아련함을 유발하는 감성사진을 담기에 좋은 장소이다.

겨울이 와야 더욱 돋보이는 산이 있다. 바로 광주 무등산.

명산으로도 유명한 무등산은 4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눈이 오는 겨울이면 무등산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 빛을 발한다. 바로 중생대 백악기 시절 화산활동으로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발생한 주상절리대와 그 주변이 눈으로 덮이면서 나타나는 순백의 판타지.

기둥 또는 병풍 모양으로 무등산 꼭대기에 자리한 ‘입석대’와 ‘서석대’에 눈이 내리면 마치 일본 ‘지브리스튜디오’에서 보여준 미지의 판타지 세계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자아내기도 한다.

사진은 눈이 내린 후 기온이 떨어져 주변 나무에 상고대가 피어 온통 순백의 세상일 때 가장 환상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겨울 산에 오르는 것이니만큼 사진가와 일반인은 겨울 산행에 필요한 안전장비는 꼭 챙겨 등반해야 한다.

아름답고 독특한 겨울 풍경을 찍고 싶은데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담양 옛 24번 국도로 조성된 메타세쿼이아길은 총 길이 약 8.5km로 양옆에는 10~20m의 메타세쿼이아가 하늘을 뒤덮고 있어 가로숫길이 아닌 터널이란 느낌을 받는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길 위를 걷다 보면 어느새 자연과 동화되어 버린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신비의 길.

▲ 청송 얼음골-얼음폭포 자체가 사진촬영의 주가 되자만 방벽타기에 도전하는 도전자들의 열정을 렌즈에 담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사진제공: 청송군)

◆ 영남·제주-청송얼음골, 혼신지, 절물 자연휴양림

얼어버린 폭포에 땀과 열정을 쏟고 있는 사람들. 청송 얼음골에는 빙벽등반을 위한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추위와 열기 사이 온 힘을 다해 빙벽을 오르는 도전자들의 앙 다문 입술과 노련한 몸놀림. 폭포 전체가 얼음으로 변한 모습에 신기해 입이 절로 벌어지지만 이를 정복하고자 도전장을 내민 도전자들을 모습에 더 입이 벌어진다.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진풍경 중 하나로 사진은 얼음골 자체와 사람들의 빙벽 타기 모습 등 두 가지 콘셉트로 나뉘어 촬영하는 것이 포인트다.

겨울의 설경과 일출이 식상하다면 일몰이 주는 황홀함을 렌즈에 담아보는 것도 좋겠다. 이미 사진가들 사이에는 겨울 최고의 출사지 중 한 곳으로 지목된 청도 혼신지.

유등지 부근에 있는 작은 연못으로 양쪽에는 낮은 산들이 쌓여 있고 연못 안에는 연이 가득하다. 겨울에 묵은 연줄기들이 고개를 숙이면서 일몰로 연못에 반영된 연줄기들이 기하학적인 무늬를 만들어내면서 마치 피카소의 그림과도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늦겨울, 생동감이 피어나는 곳도 있다. 제주 절물 자연휴양림에는 2월 초 입춘이 지나기 시작하면 녹지 않은 눈밭에서 노란 복수초가 군락을 이루기 시작한다.

강인한 생명력을 화려한 모습으로 대변하고 있는 복수초의 생동감을 고스란히 카메라로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촬영 포인트는 흰 눈밭의 모습을 드러낸 복수초의 노란 물결. 또한, 봄을 맞이하기 시작한 제주의 풍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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