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이 책은 지난 2년 동안 <PHOTONET+>에 연재했던 작가론을 묶어 펴낸 단행본이다. 작가 22명의 고단함과 환희가 고스란히 담겼다. 저자는 세간의 평가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작가를 선별했다. 평단에서뿐만 아니라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작가의 작품은 물론,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인 작가들의 사진을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작품들은 저마다 삶을 휘두르는 문제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구성수 작가는 엄밀한 기계적 시야에서 사물을 바라보며 싸늘한 현실을 직시한다. 그는 <공장 견학>이라는 작품을 통해 근대화의 잔해를 사실적으로 들춰낸다. 박형근 작가는 기이하고 낯선 현실의 풍경을 창조한다. 작가는 그 낯설고 수상쩍은 풍경들 속에서 점차 미묘한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온통 결핍에 가득 찬 허망한 세계를 그리며 초라한 현실을 사진 속에 음각한다.

노순택 작가는 한국 사회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지점을 포착, 그 폭력이 발산하는 야만성과 동물성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는 하이에나 같은 기괴한 몰골을 드러낸 개와 얕은 물 위에 버려진 개의 사체를 찍은 <풍경동물>을 통해 인간의 야만과 폭력을 직시한다. 이 사진들을 보면 인간과 동물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게 다가온다. 인간이나 개나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끝내 죽고, 평생 목을 조이는 쇠사슬은 주검까지 따라 다닌다.

박진영 작가는 한국 사회 곳곳에 나타나는 갈등 구조와 분열의 양상을 사진 속에 담는다. 노조의 대규모 집회를 담은 <서울, 간격의 사회>에서 그는 노동과 소외를 주제화한다. 한편 <도시 소년>에서는 세대 간의 갈등에 천착하고 있으며, <더 게임>에서는 한국 사회의 근원적인 갈등 구조라 할 수 있는 분단 풍경을 보여 준다.

책은 작가별로 18면을 할당해 사진 감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한편 뒤이은 평론을 달았다. 즉, 작품집과 평론집이 적절히 접목된 일거양득의 책이라 할 수 있다.

박평종 지음 / 포토넷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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