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그 당연한 사실마저 미심쩍고 불쾌한 느낌마저 든다면 그건 뭔가 뒤틀려도 많이 뒤틀린 것이다. 지금 민주당의 태도가 딱 그렇다. 지금의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탄생되었던가. 한 겨울의 추위마저 떨쳐낸 민심의 뜨거운 함성으로 일궈낸 국민승리의 상징이 아니던가. 그런 문재인 정부에서 최근 전개되는 정국의 난맥상을 보노라면 실망을 넘어 분노마저 치밀게 한다. 이제 막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점인데도 말이다.

이제는 입에 담기조차 지겨운 일이지만 ‘조국 사태’는 조국 전 법무장관만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간판 슬로건’을 스스로 찢어버리는 국민에 대한 ‘배신’에 다름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의 평등, 공정 그리고 정의의 그 깃발을 믿었던 국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어찌 이럴 수가. 뻔뻔한 거짓말에 증거인멸, 해외도피 심지어 뇌경색에 허리 디스크, 목 보호대 게다가 휠체어까지. 국민은 억장이 무너질 따름이다.

하지만 국민을 더 분노케 한 것은 국민이 다 아는 이런 참담한 현실에 민주당이 애써 눈을 감았다는 점이었다. 그들도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분노한 민심을 수없이 반복해서 경청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침묵했다. 입법부를 대표하는 제1당 그리고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과 위상을 너무도 초라하게 내던져버렸다. 어쩌면 “내가 조국이다”며 길거리로 나선 일부 무책임한 지지자들을 고마워하며 그들에게 박수를 보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사퇴한 지 16일 만인 31일 결국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사과했다. 이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검찰개혁이라는 대의에 집중하다 보니 특히 청년들이 느꼈을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을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너무도 당연한 이런 사과가 그나마 지금이라도 나온 것은 다행이긴 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것도 지금은 문 대통령이 모친상 중에 있지 않은가.

이해찬 대표는 사과의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적 혁신’에 대해서도 여전히 소극적인 것처럼 보인다. 국민이 다 아는 비리 앞에서도 애써 모른 체 했던 민주당 의원들을 그대로 둔 채 내년 총선까지 쉬쉬하면서 한 번 더 뽑아달라고 손을 내밀 것인가. 그것이 촛불 민심에 화답하는 민주당의 태도라고 보는가. 이 대표의 이번 사과가 ‘면피용’이나 ‘물타기용’으로 전락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대대적인 인적 혁신에 나서야 한다. 죽은 듯 살아있는 3선, 4선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 부디 광화문의 매서웠던 한풍 앞에서도 기꺼이 촛불을 들었던 건강한 시민들을 두 번 배신하는 일만큼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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