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사랑운동본부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제1343회 국가조찬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10.31
㈔대한민국사랑운동본부가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제1343회 국가조찬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10.31

‘민족’은 없고 ‘색깔론’만 난무

“문재인 대통령, 무릎꿇고 회개해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교회 보수진영 원로들이 주축을 이루는 ㈔대한민국사랑운동본부(대사본)가 31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나라와 민족, 한국교회 부흥을 위한 국가조찬기도회를 열었다. 대사본이 주최·주관하는 이 기도회는 이날 1343회차를 맞았다.

정·교계 인사 약 2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정돼 있던 이날 기도회의 참석자는 50명 안팎 남짓 정도였다. 참석자 대부분은 60대 이상으로 보였다.

특히 이날 기도회에선 “종북 좌파 인사들이 청와대에 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종북 좌파가 될 수 없다” 등 색깔론이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이뿐 아니라 이들은 최근 정치세력화로 교계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를 초청해 오는 11월 24일 구국성회를 연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교회의 정치적인 활동에 대한 민심은 싸늘하다. 최근 한 조사에서 개신교인 10명 중 8명이 정치 참여에 반대한다고 집계됐다. 교회가 특정 색채를 지닌 정치세력에 가세해 국민 분열 가속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들이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날 기도회에서 시국강연에 나선 전 법무부 차관 오병주 박사는 “나라가 지금 위태롭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더불어민주당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앞서서 말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지금 여러 가지로 어렵다”고 비판했다. 오 박사는 “지금 현 정권에서 지소미아를 파기하고, 종북 좌파들이 정권의 실세를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 정부를 비난했다. 또 “문 대통령이 하나님 앞에 무릎꿇고 회개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법무부 차관 오병주 박사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대한민국사랑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제1343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시국강연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31
전 법무부 차관 오병주 박사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대한민국사랑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제1343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시국강연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31

종북 좌파에 대해 설명하던 그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두 차례 북한에 다녀온 점과 그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회장 시절 지명수배가 내려진 점 등을 언급하며 비난 공세를 이어갔다.

또 그는 “문 대통령은 그래도 정신을 못차렸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종북 좌파 가장 핵심 인사가 어찌해 민정수석을 거쳐 법무부 장관이 될 수 있는가. 문 대통령이 회개하고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해서 다시 나야 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오 박사는 “자유한국당, 민주당, 정의당 등 현재의 정당이 진정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며 현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표출했다. 그는 “바닷물이 썩지 않기 위해서는 3%의 염도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우리 성도들이 이 3%가 돼 대한민국을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북 좌파, 적 그리스도 세력, 이 나쁜 놈들이 대한민국을 좌지우지 하지 않게 하자”고 말했다. 오 박사의 말에 곳곳에선 “아멘!” “할렐루야” “맞습니다”라는 큰 화답이 돌아왔다.

㈔대한민국사랑운동본부가 31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제1343회 국가조찬기도회를 연 가운데 참석자가 적어 자리가 휑하다. ⓒ천지일보 2019.10.31
㈔대한민국사랑운동본부가 31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제1343회 국가조찬기도회를 연 가운데 참석자가 적어 자리가 휑하다. ⓒ천지일보 2019.10.31

대사본 국가조찬기도회에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월 3일 당시 전 총리 자격으로 참석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조찬기도회 강연에서 앞서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북한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북한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지금 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문제는 실효성 있는 한반도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이며, 비핵화 목표가 이루어지도록 우리도 힘을 합하고 국제사회도 같이하는 흔들림 없는 대북 제재가 필요한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보수 개신교계가 ‘개신교인’ ‘전도사’ 황 전 총리(현 한국당 대표)를 중심으로 다시 결집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후 황 전 총리가 한국당에 입당했을 때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님은 총리님 편이시다” “하나님께서 다시 한 번 한국에 기회를 주시는 것 같다” 는 등 환영의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 정부에 반감을 갖고 있는 한국교회 보수 세력이 보수 정치권과 발을 맞추려는 행보가 두드러짐에 따라 정교 유착에 대한 논란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5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