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정 한국전통예절연구원 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우리 것 먼저 알고 새것 적용해야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설의 의미를 바로 안다면 제사를 허투루 드릴 수 없을 거예요.”

평생을 전통 수호에 앞장서 온 김 정(76) 한국전통예절연구원 원장은 최근 설날이 ‘편리’라는 흐름에 따라 원형을 잃어가는 현실을 통탄하며 이 말부터 꺼냈다.

김 원장은 “요즘 사람은 설에 지내는 차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차례의 기본 예법도 모르고 드리거나 장소 상관없이 간소화해서 지내는 것이 그 예”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래서인지 제사의 의미와 목적을 하나하나 짚어 설명해 나가는 그의 눈은 일흔여섯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총기로 빛났다.

그에 말에 따르면 설의 핵심인 제사에서 설의 의미를 유추해볼 수 있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설 차례는 강신 참신 헌주 삽시정저 시립 사신 철상 음복 순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강신(降神)은 신(神)을 부르는 절차인데, 이때 향을 세 번 사르고 모사기에 술을 붓는 절차를 거치다.

향을 세 번 사르는 것은 하늘 땅 사람을 상징하는 것이고, 모사기는 무덤을 상징하는 것으로 직접 위에 술을 부어야 맞다.

전자의 행위는 하늘의 혼(魂)을 부르는 행동이며, 후자는 땅의 백(魄)을 부르는 행동이다.

김 원장은 “이렇듯 먼저 혼·백을 모셔야 인사를 드릴 텐데 이를 생략하거나 엉터리로 하면 제사를 모셨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원장은 현대에 맞게 설을 지내더라도 옛것을 알지 못하고 이어가는 전통은 뿌리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인터뷰 내내 ‘온고이지신(옛 것을 알면서 새 것도 안다는 뜻)’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더불어 김 원장은 과일을 올릴 때 “많은 사람이 접시에 올리는 과일이 짝수 개냐 홀수 개냐를 갖고 싸우는 데 과일 수에 상관없이 접시로 따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고서인 제례에 따르면 과일은 땅의 소산이므로 음으로 보아 2의 배수로 접시 개수를 정해 올린다. 대신 탕(燙)은 양의 소산으로 양의 배수인 1·3·5·7개 접시를 놓아야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시대에 맞게 고인이 좋아하던 과일을 올려놓으면 되므로 파인애플이나 바나나를 올리는 것은 상관이 없다”고 했다.

이것이 전통을 기준으로 그가 강조하는 ‘온고이지신’의 정신이다.

갈음하는 말로 강 원장은 제사를 드리는 ‘목적’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차례를 드리는 이유에 대해 기(祈: 후손이 잘되게 복을 기원하는 것), 벽(邪: 질병이나 재난으로부터 화를 면하게 해달라고 비는 것), 보(報: 조상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은혜를 갚으며, 앞으로 자신을 도와달라고 바라는 것)고라고 전했다.

“우리 제사는 귀신을 위하는 제사가 아니에요. 살아 있는 사람들의 안녕과 복을 바라는 제사인데 이걸 알고도 안 드릴 수 있을까요?”

뿌리 깊은 전통을 가진 우리 고유한 설의 의미를 바로 알고 지켜나가는 그에게서 강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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