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인 강한옥 여사가 29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6년 12월 25일 성탄미사를 위해 강 여사와 함께 길을 나서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인 강한옥 여사가 29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6년 12월 25일 성탄미사를 위해 강 여사와 함께 길을 나서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남북관계 교착, 조문단 파견 어려울 듯

고 이희호 여사 때와 같은 수준 전망도

북한, 김대중 서거 당시 조문단 파견해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가 전날인 29일 별세한 가운데 북한이 조의·조문 표명 등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남북관계 교착 국면이 지속되면서 북측은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는 등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일체 배제하는 등 남북관계의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현재 북한의 조문단 파견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조문단을 파견할 가능성은 있다. 이 경우 정부는 북한과 끊긴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물밑 작업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고 이희호 여사 때와 같은 수준에서 애도의 뜻을 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6월 12일 고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 근조 화환을 전달한 바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전달된 화환에는 ‘고 리희호 녀사님을 추모하며 김정은’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북한은 그간 북한과 인연이 깊은 남한 인사의 별세 소식에 대해 조의를 표시하는 등 관련 일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북한은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했을 당시에 조문단을 파견했다.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등 6명의 북한 조문단은 8월 21일 오후 고려항공 특별기 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조문했다.

이들은 2박 3일 동안 서울에 머무르면서 남측 인사들과 접촉했다. 북한 조문단은 방남 이튿날 이명박 전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평양으로 돌아갔다. 조문단 역할을 하면서 일종의 대남 특사 역할도 함께 했던 셈이다.

같은 해 5월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보내기도 했다.

이번 강한옥 여사 가족장 때는 북한의 입장이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 북한이 취하는 입장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강한옥 여사는 북한 함경도 흥남 출신으로 ‘6.25 흥남 철수’ 당시 경남 거제로 넘어온 피란민이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을 통해 “어머니는 흥남을 떠날 때 어디 가나 하얀 눈 천지였는데, 거제에 도착하니 온통 초록빛인 것이 그렇게 신기했다고 한다”고 적었다.

강 여사는 노환에 따른 신체기능 저하 등으로 최근 부산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전날(29일) 오후 7시 6분께 향년 92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2일 오후 경기도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으로부터 고 이희호 여사 조화를 전달 받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2일 오후 경기도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으로부터 고 이희호 여사 조화를 전달 받고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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