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말은 여기저기에서 큰 곤경에 빠졌을 때 쓰는 말인바, 지금 대한민국의 대외 형세가 꼭 그렇게 보인다. 이 말의 원전은 초한(楚漢)싸움에서 유래된 것이지만 오늘날에는 “주위에 온통 자기를 노리는 사람이 들끓고 있다”라는 뜻으로 사용되어지기도 한다.

전통적인 맹방으로서 끈끈하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한미관계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한 방위비 문제로 틈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은 내달 23일 종료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현안과 관련해 제3자국 입장에서도 백악관에서는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군사경제 협력 문제에 있어서도 강공수를 띄우고 있는 중이다. 미국은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서 올해 분담금(1조 389억원)보다 5~6배에 달하는 50억달러(약 5조 8525억원) 수준을 요구하는 상태니 양국이 힘든 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게 현 상황이다.

우리 정부 측 입장에서 볼 때에도 대미, 대일관계가 순조롭지 못한 외교적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좋았던 남북관계조차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된바, 23일 북한이 금강산의 남측 시설에 대한 철거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금강산 관광 사업이 2008년 7월 한국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인해 중단된 이후 11년이 경과된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평양공동선언에 따라 ‘조건이 개선되는 대로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자’고 합의하고, 11월에는 한국의 현대그룹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형화위원회가 공동으로 ‘금강산관광 시작 20주년 기념공동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 후 우리정부에서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노력을 해왔으나 느닷없이 김 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한 후에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는 지시 명령은 의외이다.

북한의 통지는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겨냥한 메시지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정부에서는 금강산 개별 관광이 유엔 대북 제재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국면 전환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북한측 반응은 없었던 상태였다. 정부는 또다시 금강산 관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당국이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아 문제를 해결하자고 역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평양공동선언 후 남북화해 분위기속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가 쉽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북한이 강공수로 나오고 있으니 정부는 그 진의를 알고 대책을 세워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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