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소재 개미마을을 찾은 지난달 28일 독거노인 석양순(89) 할머니가 방에 스며든 물을 걸레로 닦아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설 제발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복지부 고독사 방지 ‘사랑잇기’ 사업 시행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소재 개미마을.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란 이름에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달과 가장 마주 닿아 있는 이곳에는 혼자서는 시계 약 하나도 제대로 갈 수 없는 독거노인들이 밀집해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만난 석양순(89) 할머니도 주변의 돌봄 없이 살아가는 주민 중 하나다.

호적상 자식이 셋이나 있고, 전세방이 있어 혼자 살아도 정부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석 할머니의 생활은 생각보다 열악했다.

“날이 추워진 후부터 집안에 자꾸 물이 새 들어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장롱 밑으로 물이 스며드니 시간이 날 때마다 닦아줘야 해.”

할머니는 냉기가 도는 문지방 앞에 웅숭그리고 앉아 걸레로 바닥을 연신 닦아댔다. 벽으로부터 부엌 바닥으로 물이 차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늙으면 죽어야지. 이렇게 살 거면 오래 살아 뭐해.” 할머니는 궁핍하게 사는 삶이 지겹다는 듯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추운 날씨에 수도관은 얼어붙은 지 오래. 욕실의 광경은 더욱 처참했다. 난방이 되지 않는 욕실의 변기가 얼어붙어 할머니는 요강으로 용무를 해결하고 있었다.

할머니에겐 3명의 자식이 있었지만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첫째는 몇 년 전까지 이곳에서 살았는데 지병으로 먼저 세상을 떴다.

나머지 자식들은 모두 지병으로 병원에 누워 할머니를 돌보지 못하는 처지였다. 할머니는 자식이 어느 병원에 입원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런 할머니에게 오는 설은 “제발 오지 않았으면 하는 시간”이었다. 약을 사 먹을 수 있는 가게도 문을 닫는 데다 그나마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도 끊기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알약의 포장을 뜯는 것도 어려워 기자에게 부탁해야 하는 나약한 신세를 할머니는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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