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8일 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과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가 공동 주최한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관련 서울시 진상대책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본 서울의료원 제자리 찾기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8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관련 서울시 진상대책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본 서울의료원 제자리 찾기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 토론회는 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과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가 공동 주최했다. ⓒ천지일보 2019.10.28

서울의료원 제자리찾기 토론회
“인력 부족으로 식사도 못 해”

“권고안 탁상공론 아닌지 우려”

“대다수 직원, 권고안에 회의적”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저희 병원은 내년 1월까지 순차별로 사직 순번을 정했습니다. 내년 1월까지 5명이 병원을 그만둘 예정입니다. 왜 사직서를 계속 내냐고요? 간호팀에다 건의사항을 얘기하면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병원에서 저희를 쓰다 버리는 도구로 쓰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력 보충이 안 돼 연휴 때는 식사도 못 하고 일합니다.”

올 1월 고(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이후에도 열악한 노동 환경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에 대한 서울의료원 간호사의 증언이 물밀 듯이 터져 나왔다.

28일 김경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새서울의료원분회 분회장은 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과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가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공동 주최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관련 서울시 진상대책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본 서울의료원 제자리 찾기 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은 “일반 회사원들에게 토요일과 일요일을 연차로 쓰라면 쓰겠나”라고 반문하며 “마땅히 쉬어야 할 주휴일에 연차를 사용하라고 지시해 외부에는 근로시간을 단축한 양 생색을 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휴식 기간도 없이 11시간 연속으로 살인적인 근무를 한다”며 “연휴 시기에는 인력난에 시달린다. 진상대책위의 권고안이 탁상공론에 머무르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염려했다.

김 분회장은 현재 서울의료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이다. 그는 서 간호사 부고를 알린 후 서울의료원 안에서 돌았던 소문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주위에서 서 간호사에 대해 ‘환자 돌보기를 싫어했었다’ ‘우울증세가 있었다’ ‘서 간호사 사망 사건 이후 환자가 줄어서 병원의 수익이 줄었다’ ‘유족들이 보상금 바라고 저런다’ 등의 헛소문이 돌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 외에도 ‘서 간호사 사망 사건 때문에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도 되지 않고 있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힘들어한다’ 등의 소문들도 있었다”며 “심지어 서울시 진상대책위가 심층 면접을 위해 간호사들과 인터뷰를 할 때 ‘누구 하나 잡으려고 심층 면접한다’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경화 한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가 28일 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과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가 공동 주최한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관련 서울시 진상대책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본 서울의료원 제자리 찾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경화 한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가 28일 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과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가 공동 주최한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관련 서울시 진상대책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본 서울의료원 제자리 찾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8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서 간호사와 관련된 소문은 모두 거짓이라며 서울의료원에서 5년 동안 근무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환자를 위해서 노력한 간호사라고 했다.

그는 “서 간호사가 ‘병원 사람은 조문도 받지 말아 달라’는 유언을 남길 만큼 괴롭힘을 호소하면서 유명을 달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분회장은 서 간호사 사망 사건 진상조사 발표 후 권고안을 노조 게시판에 부착하고 병동의 3교대 간호사들에게 매주 토요일 또는 일요일 병동의 간호사들에게 소식지라 배포했다. 하지만 서울의료원 직원 대부분이 권고안 이행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그동안 서울의료원은 매년 행정감사를 받아왔고, 감사 결과로 징계를 받아도 징계받은 직원이 그해에 승진하는 일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며 “서울시 진상대책위 권고안도 권고안일 뿐이다. 서울의료원이 변화할 거라고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서 간호사의 사망 사건 이후 현장에 있는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은 더욱 열악했다. 김 분회장은 지난달 15일에 한 간호사로부터 한 통의 사내메일을 전달 받았다.

전달받은 메일에는 “재활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서울의료원의 계획성 없는 병동운영으로 재활 환자만 돌보던 간호사들이 산부인과 환자를 돌보게 됐다”며 “이로 인해 업무 스트레스가 높아져 계속 사직으로 이어졌다”고 적혀 있었다.

그 후 김 회장은 메일을 보낸 병동 간호사들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간호사들의 주휴도 주지 않고 연차를 먼저 사용하라고 지시 ▲연휴 때는 팀을 줄여서 변동을 운영해 신규입사자들과 함께 일하는 경력 간호사는 식사 하지 못함 ▲11시간 이상 휴게 시간 보장하지 않음 ▲간호팀장과 면담을 해도 해줄 수 없다는 답변 등의 불만 사항을 토로했다.

김 분회장은 “서울의료원이 간호사들이 쓰다 버리는 도구로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끝까지 남아있을 수 있는 병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진경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장은 “향후 시민대책위는 진상대책위의 진상조사 결과 권고안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공공병원의 제자리 찾기를 통해 서울의료원을 진정한 시민들의 병원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간호사들은 지난 10일부터 서울시장 공관 앞에서 1인시위를 시작하며 권고 사안 이행을 위한 투쟁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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