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최로 ‘10.25 문재인 철야 국민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최로 ‘10.25 문재인 철야 국민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5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3차 투쟁대회

황교안 대표부터 스님, 집사까지 총출동

주최 측 추산 100만명 참석… 26일까지 밤샘 농성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전광훈 목사님을 중심으로 기독교 세력이 모이니까 세상이 변한다.”

연단에 선 한 보수 인사가 이같이 말하자 아래 집회 참가자들이 ‘아멘’으로 화답했다. 연이어 줄줄이 단에 오른 정치인, 현직 목사들의 입에선 ‘문재인 정권은 사회주의 정권’이라는 색깔론이 쏟아졌다. “공산주의는 사탄(악마)이다!” “하나님께서 빨갱이를 모두 북으로 보내버릴 것이다” 등 발언이 이어졌다.

25일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의 주최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 2차 국민대회’의 모습이다.

그야말로 정치와 종교가 하나가 된 듯한 모습이었다. 이날 광화문광장엔 대회를 주최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를 비롯해 자유한국당 등 보수 정치인과 개신교·불교·천주교 등 소속의 극우 종교인들이 총출동해 한 목소리로 ‘조국 구속’과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린 문재인 정권 퇴진 집회다.

전광훈 목사 “문재인, 김정은의 하수인… 청와대 나올 때까지 대회 계속”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5

범국민투쟁본부 대표를 맡고 있는 전 목사는 “문재인이 공수처법 등을 통해 공산주의를 실현하려는 모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저 김정은의 하수인이며 대한민국의 간첩의 총지휘자인 문재인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문재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같은 국민대회를 계속 진행해 끌어내려야 한다”고했다.

이날도 역시 광화문은 보수 성향의 시민과 종교인들로 가득 찼다. 사회자는 이와 관련해 “애국시민들로 서울역을 넘어 용산까지 꽉 찼다”며 “일천만 애국시민이 모였다. 1박 2일 동안 이곳은 애국 국민들로 물결로 가득 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집회 참가 인원은 앞선 집회에 비해 현저히 적어 보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 삼거리∼세종대로 사거리 500여m 구간 12개 차로와 인도, 광화문광장을 차지했다. 동화면세점 앞 차도에도 일부가 진출했지만 통행엔 크게 불편이 없었다. 지난 9일 광화문집회 참석자 수는 300만명(주최 측 추산)이었지만 이날 집회 참석 추산 인원은 100만명으로 줄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를 마친 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소속 교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철야기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철야기도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천지일보 2019.10.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를 마친 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소속 교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철야기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철야기도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천지일보 2019.10.26

보수 정치·종교계 인사 총출동… 막말·선동 쏟아져

이날 대회는 그간 전 목사를 지지해 온 보수 정치·문화·종교계 인사들이 올라 발언을 이어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인사들의 발언 수위는 하나같이 높았다. 문 대통령을 향한 인신공격과 막말이 쏟아졌다.

570만 천주교인을 대표해서 나왔다는 이개벽(가명, 남)씨는 “먼저 사죄 말씀을 드리겠다”면서 “천주교 신자중에 사탄 한마리가 있다. 그게 문재인”이라고 말했다. 뿐 아니라 “사제 중에 문재인 추종자 2270명이 조국 지지선언, 공수처 지지 선언을 했다. 천주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런 사탄 세력과 함께 문재인을 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신혜식 유튜브 방송 ‘신의한수’ 대표는 “저들은 그깟 촛불을 들었지만 우리는 횃불을 들자”면서 “정경심이 구속됐다. 그 다음은 조국, 다음은 누구입니까 문재인”이라고 크게 외쳤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깟 조국 하나 끌어내자고 이 자리에 모였느냐 문재인을 타도하자”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인사들 발언에선 “문재인 끌어내려서 국가반역죄로 최고 중형을 받을 떄까지 멸문(문 대통령 멸망)을 외치자” “박근혜 대통령님을 옥에서 빼내고 문재인을 그 자리에 넣자” 등 막말이 쏟아졌다.

한기총 대표회장이 주관하는 집회에 국내 대형교회들도 참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독자유당 고영일 대표는 “사랑의교회 판결나는 것 봤냐, 안 봤냐”면서 “공산주의자는 교회를 싫어한다. KBS가 소망교회 공격하는 것 봤냐, 안 봤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형교회 목사들이여 나와”라며 “우리의 싸움은 혈과 육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정사와 권세와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에게 대한것이 아니냐. 정사가 무엇이냐 정치에 관한 것”이라면서 교회가 정치에 관여해 ‘예수한국’ ‘복음통일’을 이루자고 외쳤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에 참석해 있다. 이날 열린 대회에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한기총·한교연·한교총, 불교 대불총, 천주교 대수천 등 보수단체 및 시민들이 참석했다. ⓒ천지일보 2019.10.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에 참석해 있다. 이날 열린 대회에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한기총·한교연·한교총, 불교 대불총, 천주교 대수천 등 보수단체 및 시민들이 참석했다. ⓒ천지일보 2019.10.25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참석자들은 “아멘!” “내려와라” “문재인 빨갱이” “죽어”를 외치며 열렬히 환호했다. 한 인사는 “오늘은 목이 쉬어서 돌아가야 한다”며 “우리의 목소리로 저 청와대를 무너뜨리자”고 말하기도 했다.

대회 장소를 지나던 일부 시민들은 과격한 발언이 쏟아질때마다 놀란듯 발걸음을 멈추고 지켜봤다. 아이를 데리고 길을 지나던 전영미(40, 여)씨는 “이런 집회가 나라를 두갈래로 갈라놓는것 아니냐”면서 “개인의 정치적 신념은 이해하지만 도를 넘은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당 차원에서 이번 집회에 나서지 않았다. 다만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일부 의원들은 개별적으로 일정이 끝나는 대로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연단에 올라 발언하는 대신 집회장에 앉아 참가자들과 함께했다. 홍준표 전 의원도 집회에 참석했다.

지난 20일 밤 미국 대사관 길 건너편에 천막을 설치한 우리공화당은 투쟁본부 집회에 합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날 우리공화당 홍문종 대표는 단에 올라 발언을 했다. 홍 대표는 “문재인은 가짜 대통령”이라며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범투쟁본부는 집회를 마치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인 26일 오전 5시까지 12시간 동안 ‘철야기도회’를 연다. 이어 오전 10시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5 문재인 퇴진 철야 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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