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강화도=신창원 기자] 8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은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의 한 양돈농장에서 27일 오전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긴급 살처분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이날 현재 강화도 5곳 돼지농가에서 ASF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천지일보 2019.10.16
[천지일보 강화도=신창원 기자] 8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은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의 한 양돈농장에서 27일 오전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긴급 살처분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이날 현재 강화도 5곳 돼지농가에서 ASF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천지일보 2019.10.16

농장주들 “형평성에 맞아야”

정부 “살처분 날 시세 측정”

살처분 돼지 30만 마리 넘어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고자 돼지들을 모두 살처분한 인천 강화·경기 김포 양돈농장주들이 25일 보상기준을 두고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돼지열병이 확진된 농장은 곧바로 돼지들을 살처분해 가격 하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시세로 보상금을 받게 됐다. 하지만 예방적 살처분을 한 다른 농장들은 그동안 하락한 시세로 보상금이 측정돼 농장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대한한돈협회 강화지부는 최근 정부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전달했다.

앞서 이 단체는 지난 18일 돼지 살처분에 따른 보상금을 강화지역 돼지열병 첫 확진일인 지난달 24일 돼지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해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농식품부에 전달한 바 있다.

대한한돈협회 김포지부도 파주에서 국내에 돼지열병이 최초로 확진된 지난달 17일 돼지 가격으로 보상금을 책정하거나 돼지열병이 파주에서 확산해 김포에 도달하기까지 기간(9월 17∼23일)의 평균 돼지 가격으로 책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의 보상기준이 불리하다고 보고 살처분 돼지에 대한 보상기준을 지적하며 살처분 돼지에 대한 보상금 기준을 다시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농식품부는 보상금을 돼지 시가로 100% 지원하고 보상금 평가가 완료되기 전이라도 50%를 우선 지급한다는 내용의 보상안을 발표한 후 돼지 시가의 기준을 살처분한 날로 정했다.

문제는 돼지열병이 확진됐다고 최종적으로 발표한 후 나날이 돼지 시가가 떨어지고 농장마다 살처분 날에 차이가 생기면서 불거졌다.

돼지열병이 확진된 농장은 곧바로 돼지들을 살처분해 가격 하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시세로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농장들은 3∼17일간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을 해 이 기간 동안 하락한 시세로 보상금을 받게 된 셈이다.

실제 대한한돈협회 시세 정보에 따르면 국내 처음 돼지열병이 확진된 지난달 17일 돼지머리와 내장을 제외한 지육 가격은 ㎏당 5838원이었지만, 강화지역 살처분이 완료된 지난 4일 가격은 3509원으로 2329원이나 내려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하면서 국내 돼지고기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서 고객들이 돼지고기를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하면서 국내 돼지고기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서 고객들이 돼지고기를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 2019.4.29

김포지역 살처분이 완료된 지난 10일에는 돼지 가격이 3118원으로 391원 더 떨어졌다.

대한한돈협회 강화지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 보상안대로면 돼지열병이 확진된 농장은 최대치의 보상금을 받고 돼지열병이 확진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예방적 살처분을 한 농장은 최저치의 보상금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SOP) 규정이 정한 살처분 반경인 500m를 준수하지 않고 3㎞로 확장해 이곳에 포함된 농장의 돼지를 살처분하게 했다”며 “규정을 어긴 것은 정부인데 그 피해를 농장주들이 감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조만간 이들 농장주와 만나 보상안에 대해 협의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상금 기준을 정하는 관련 규정을 개정 중”이라며 “돼지열병 발생 직전 달의 돼지 평균가격으로 보상금을 책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17일 국내에서 돼지열병이 처음 생긴 이후 전염병 확산 예방을 위해 살처분된 돼지가 30만 마리를 넘어섰다.

농식품부는 지난 11일까지 경기 김포시와 파주시, 연천군 내 발생 농장으로부터 3㎞ 이내 지역과 인천 강화군 전 지역 내 총 94개 농장에서 15만 4548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했다.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5~6일 간격으로 접경 지역 농장에서 계속해서 확인되자 방역 당국은 파주와 김포와 연천, 강원 철원·고성군(남방한계선 10㎞ 이내)에서도 수매 후 남은 돼지를 모두 살처분했다. 이 지역에는 총 181개 농장에서 28만 8877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농가에서 사육하고 있는 돼지에서는 지난 9일 이후 16일째 추가 발병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야생 멧돼지에서 바이러스가 지속해서 검출되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현재까지 경기 연천군과 파주시, 강원 철원군 등에서 감염된 멧돼지가 발견된 것은 총 14차례다.

연천군과 철원군에서 발견된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야생멧돼지 폐사체. (제공: 환경부)
연천군과 철원군에서 발견된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야생멧돼지 폐사체. (제공: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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