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의원, 참 괜찮은 국회의원이다. 품격이나 언변 그리고 정책과 실력까지 갖춘 여권 내에서도 미래가 촉망되는 그런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런 이철희 의원이 갑자기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막말과 선동만 있는 우리 정치를 자성하면서 인격모독을 넘어 인격살인까지 죽고 죽이는 무한정쟁의 정치판이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했다.

이철희 의원의 불출마를 신호탄으로 민주당에서 앞으로 줄줄이 현역의원 불출마 선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은 했었다. 당내 공천 문제가 본격화 되고 있기도 하지만 유능한 초선 비례대표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마당에 다선 지역구 의원들이 귀를 막고만 있지는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사실 3선이니 4선이니 하면서 선수만 쌓아왔지 일찌감치 정치권을 떠났어야 했을 다선 의원들이 민주당에도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이철희 의원의 바통을 이어받은 사람은 같은 초선의 표창원 의원이었다. 표 의원은 24일 지금의 20대 국회를 ‘사상 최악의 국회’라고 자성하면서 이에 자신이 질 수 있는 만큼의 책임으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표 의원도 이철희 의원만큼 여권 안에도 주목을 받고 있는 차세대 정치인이다. 무엇보다 유능하고 정의롭다. 그런 표 의원의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이기에 잠시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이제 표창원 의원 다음은 누가 될 것인가. 촛불민심은 이미 민주당을 떠나고 있다. 야당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노무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민주당 내부의 대대적인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먼저 존재감조차 없는 다선 중진들이 앞장서야 한다. ‘조국 사태’를 맞고서도 쓴 소리 한번 제대로 못한 그런 ‘정치꾼들’은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한다. 동시에 20대 국회를 최악으로 만든 당내 책임자들도 빨리 결단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최악의 국회’ 그 주범들은 숨어있고 이철희, 표창원 의원이 대신 속죄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민심에 대한 배신에 다름 아니다.

이 판국에 자유한국당은 무슨 ‘가산점’이니 ‘표창장’이니 하면서 오히려 잔치 분위기다.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하고 정경심 교수가 구속됐으니 자축연이라도 벌이겠다는 것인가. 제대로 된 정신의 소유자인지 묻고 싶다. 20대 국회를 최악으로 만든 공범이 바로 자유한국당 아니란 말인가. 패스트트랙 정국을 폭력사태로 몰아넣은 주범이 아니란 말인가. 수십 수백 번을 반성하고 참회해도 용서받지 못할 사람들이 이 무슨 해괴한 짓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철희, 표창원 의원의 결단이 ‘남의 일’처럼 보이는지 참으로 답답할 따름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