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면에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핀 모습. (출처: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천지일보 2019.10.24
벽면에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핀 모습. (출처: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천지일보 2019.10.24

3가구 중 2가구 누수·곰팡이 등 하자 신청

주민들 “‘눈 가리고 아옹’하는 모습 보이지 않길 바래”

건설사 “섀시 등 하자, 부실 아냐…”

[천지일보 부산=김태현 기자] 지은지 10개월 된 부산시 해운대구 A아파트에서 물이 새고 곰팡이가 펴 악취까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시공사 측에 민원은 지난 9월경부터 있었다. 특히 태풍이 강했던 9월 23일 이후로 집중적으로 더 많은 민원이 생겼고 세대별로 시공사 측에 보수를 요청했다.

누수가 외부 벽면 갈라짐 등 전체적인 구조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두산건설은 보수를 지연하며 뒷짐 지고 불구경하듯 한다며 입주민들은 불만을 나타냈다.

올해 1월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에는 전체 353가구 중 200가구가 넘는 곳에서 누수·곰팡이 등 하자 피해가 접수됐다. 천장, 벽면을 비롯해 곳곳에서 곰팡이가 펴 이로 인한 악취로 주민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대해 두산건설 관계자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한달 간 부산 지역의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약속된 보수 날짜를 지키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시공사 측이 적극적인 대응이 없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고 지자체가 해결에 나섰다.

지난 23일 부산 해운대구는 입주민들의 집단 민원이 제기된 이 아파트 시공사인 두산건설 측에 하자보수 민원내용과 향후 보수 계획에 관련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공동주택관리법에는 해당 구청에서 시공사 측에 하자처리 시정을 요구했지만 이행이 안 됐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조항은 있다. 이를 근거로 지자체가 개입은 할 수 있지만 과태료 부과 금액이 경미해 시공사가 적극적으로 하자보수에 나설지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하자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시공사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면서 “입주민의 불편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행정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관련 하자가 집중적으로 접수된 지난달 22일부터 부산에 태풍이 불어 안전 문제 때문에 작업이 연기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보수·보강작업을 진행해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실시공 논란에 대해서는 “구조적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폭우가 쏟아지면서 창틀 물 빠짐 구멍으로 빗물이 들어왔고 이 빗물이 세대 벽면에 스며들며 약한 부위를 통해 표출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물이새고 벽면에 곰팡이 핀 모습. (출처: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천지일보 2019.10.24
물이새고 벽면에 곰팡이 핀 모습. (출처: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천지일보 2019.10.24

이에 앞서 주민들의 피해 소식을 들은 해당 지역구인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축 최고급 아파트에 비가 줄줄 샌다. 양심불량 악덕부실 시공사 두산건설을 고발한다”는 글을 올리고 재시공을 요구했다.

하 의원은 “지은 지 6개월밖에 안 된 최고급 아파트라고 선정된 A아파트에서 비가 너무 새서 곰팡이가 피고 악취까지 나 살 수 없다는 민원이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아기들이 호흡기 질환도 많이 걸렸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지난 21일 두산건설 측이 입주민들을 찾아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하지만 이 또한 입주민들은 그동안 뒷짐지고 지지부진했던 시공사의 말을 쉽게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입주민 A씨는 “이 같은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음에도 시공사는 무대응으로 ‘갑질 횡포’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면서 “두산건설은 그동안 입주민들이 겪은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더는 ‘눈 가리고 아옹’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길 희망한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현재 국토부 하자 분쟁 조정위원회에 신고를 접수하고 아파트 앞에서 두산건설을 규탄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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