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제공: 광주시교육청) ⓒ천지일보 2019.10.24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제공: 광주시교육청) ⓒ천지일보 2019.10.24

“文 정부 공약·정책 기조에 맞지 않아”
‘4차산업혁명 시대’… 교육 역주행 비판
장휘국 교육감 “교육 현장 황폐화 우려”
학사모, 입시제도 아닌 ‘학벌서열‘ 지적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최근 정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정시 확대’와 관련 광주지역 교육 주체들이 혼란스러운 입시제도 개편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교육의 공정성 실현에 대해 언급하면서 “정시 비중 및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공개했다.

문 대통령 발표 이후 광주시교육청을 비롯한 교육 관련 시민단체 등 교육 현장 여론 역시 “4차산업혁명 시대 학생들의 교육 활동 변화에 역주행”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교사노동조합연맹(전교조)은 “입시제도 개혁의 근본 방향은 정시와 수시의 비율을 조정하는 논란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교육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조정돼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지난 23일 장휘국 광주시 교육감은 성명을 통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를 통해 어렵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현재의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구도를 훼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시 확대는 주입식 경쟁 교육으로 이어져 교육 현장을 황폐화할 수 있다”고 미래 교육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이제 정착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며, 고교교육과정 운영 정상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 “다만 학생생활기록부를 둘러싼 여러 여건에 따른 공정성 확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며, 이는 교육 당국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또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은(학사모) 24일 논평을 통해 “문제는 입시제도가 아닌 학벌서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협소한 ‘입시제도 개편’ 논의를 벗어나 애초 공약이었던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계획과 이에 따른 사회적 공론화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시민사회와 학생, 교직원 등의 교육 당사자들 또한 학벌철폐와 대학개혁을 위한 실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그동안 여론 수렴 과정에서 ‘정시확대’보다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입장을 발표해왔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도 기존의 시험 중심 입시제도가 오히려 고소득층에 유리하며 결과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 교육 불평등을 다소 완화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부와 청와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같은 날 열린 부교육감 회의에서 작년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가 권고했던 ‘정시모집 비율 30% 이상’ 등을 언급했다. 또한 서울·수도권 일부 주요 대학들의 학종(학생부 종합전형)선발 비율이 높기 때문에 균형감 있게 정시 비율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당정청이 협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학사모는 “교육부와 교육 시민단체 및 교원노동조합 등의 당사자들이 협의 중인 방향과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대통령이 발표하고 이것이 곧바로 교육부의 정책 기조 수정으로 이어지려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각 정부 부처는 소관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부는 입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인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공영형 사립대 등 개혁정책을 추진하지도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협소한 입시제도 개편 논의에 대해서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학사모에 따르면, 이번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이라는 형식적 측면과 아울러 내용적 측면, 즉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나 기존의 정책 기조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교육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학벌서열’임을 밝히고 개혁정책을 공약했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학업 부담을 줄이는 것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학사모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확대’ 입장은 학벌서열 철폐나 학업부담 경감이라는 애초의 방향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약 2~3달간 진행됐던 조국 전(前)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국사회의 학벌주의가 여전히 부의 세습과 빈부격차를 심화하는 기반임을 드러냈다”며 “학벌 있는 청년들이 주도한 대학생 집회와 ‘공정성’ 담론은 정작 자신들이 딛고 서 있는 학벌서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주장”이었다고 꼬집었다.

학사모 관계자는 “정부의 대책 또한 학벌서열에서 배제된 시민들과 입시경쟁으로 고통받는 청소년들의 상황을 해소하는 것이 아닌 협소한 입시제도 개편에 머무르고 있다.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각 대학의 총장과 민주당 스스로 정책보고서 등에서도 대학개혁의 필요성을 요청하고 있는데 지금의 정치는 그것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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