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경심 교수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지만 고심하고 있다는 기사가 벌써 몇 번이나 보도됐다. 수사 초기에는 한두 번 불러 조사를 마친 후 신병 처리한다고 했으나 첫 조사부터 검찰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특히 조국 전 장관이 장관으로 재직하던 당시에는 사상 최초로 현직 법무부 장관 배우자를 검찰청으로 불러 조사한다는데 적잖이 부담도 됐을만한데 조 장관 자진 사퇴로 그 부담은 없어졌다. 그렇지만 정 교수가 지병을 이유로 연기 조치하는 바람에 지난 3일부터 16일 사이 6차례의 검찰 조사에도 불구하고 혐의 내용들에 대해 조사를 완전히 마치지 못해 결국 17일 비공개로 한 차례 더 소환해 조서 확인 후에야 마무리한 셈이다.

정 교수가 검찰에서 여러 차례 조사받았지만 혐의 내용과 관련해 피의자신문 조서를 작성하는데 걸린 시간보다는 작성된 조서를 열람하고 확인하는데 훨씬 더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검찰조사를 받다가도 어느 때는 건강상태를 이유로, 또 조국 전 장관이 전격 사퇴한 지난 14일에는 조 장관의 사퇴 소식이 알려진 이후 더 이상 조사받기 어렵다며 조사 중단을 요청해 조서 열람을 마치지 않고 귀가하는 등 통상적으로 검찰이 한사람의 피의자로서 조서 작성과 열람하는 시간보다 오래 지체돼 왔던 것은 사실이고, 흔하지 않은 검찰 풍경이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는 것과는 별도로 사모펀드 불법 투자, 웅동학원 비리, 컴퓨터를 교체·반출하는 등 증거인멸교사 등과 관련해 10개가 넘는 혐의를 받고 있어 정 교수에게 조사할 내용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건강 상태를 이유로 입원을 하고, 또 병원으로부터 뇌종양·뇌경색 진단을 받아 검찰에 제출하는 등 피의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방어권 보장을 최대한 활용했으니 검찰로서도 조사를 다 마치고 범죄혐의에 대해 구속 영장 신청 등 신병처리를 확정하기까지 어느 피의자보다 고심을 거듭했던 것이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누구라도 범죄 혐의가 있어 피의자가 됐다면 신분의 높고 낮음, 사회명성과 재산의 다과에 관계없이 엄격한 법 적용을 받아야 함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정 교수가 피의자 입장임에도 건강 등 이런저런 이유로 빠져나가고 검찰조사에서부터 별의별 사유를 대며 혐의를 부인하는 작금의 행태가 보통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쳐질는지. 우리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더 한층 요구되는 시기에 많은 사람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라도 조국 가족 사건에 대해 검찰은 일벌백계주의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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