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히토 일왕 즉위의식【도쿄=AP/뉴시스】22일 나루히토(徳仁) 일왕이 즉위를 대내외에 선포하는 즉위 의식 소쿠이레이세이덴노기(即位礼正殿の儀)를 치르고 있다. 사진은 동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나루히토 일왕 즉위의식【도쿄=AP/뉴시스】22일 나루히토(徳仁) 일왕이 즉위를 대내외에 선포하는 즉위 의식 소쿠이레이세이덴노기(即位礼正殿の儀)를 치르고 있다. 사진은 동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전후에 출생한 첫 일왕으로서 즉위를 선언한 나루히토 일왕이 세계 평화와 헌법 준수를 선언했다.

헌법을 고쳐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바꾸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사뭇 다른 기조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나루히토 일왕은 22일 오후 도쿄 지요다구 소재 고쿄의 규덴에서 자신이 일본 헌법과 황실전범 특례법 등에 따라 왕위를 계승했다며 “즉위를 내외에 선명한다”고 밝혔다.

이번 즉위식에는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주요 인사와 이낙연 총리 등 약 180개국 대표가 참석했다.

즉위는 지난 5월 1일 이뤄졌으나 일본 안팎에 이를 알리기 위해 의식을 따로 연 것이다.

그는 황색의 전통 관복인 고로젠노고호를 입고 고쿄 내 영빈관인 마쓰노마에 설치된 다카미쿠라라고 불리는 옥좌에 올라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항상 바라며 국민에 다가서면서 헌법에 따라 일본국과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 임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예지(진리를 포착하는 고도의 인식 능력)와 해이해지지 않은 노력에 의해 우리나라가 한층 발전을 이루고 국제사회의 우호와 평화, 인류 복지와 번영에 기여할 것을 간절하게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나루히토 일왕은 자신의 부친인 아키히토 상왕에 대해서는 “항상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바라시며, 어떠한 때에도 국민과 고락을 함께 하면서 그런 마음을 자신의 모습으로 보여주신 것을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선포가 끝나자 다카미쿠라 앞에서 축사를 건넨 뒤 만세삼창을 했다.

나루히토 일왕이 일본인의 행복과 더불어 세계 평화를 주요 메시지로 삼은 것은 아키히토 상왕의 기조와도 함께 한다.

그는 전쟁을 직접 체험하지 않은 전후 세대이나 부친으로부터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일본이 개헌을 통해 전쟁에 가담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루히토 일왕의 이번 발언은 일본인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헌법을 따르겠다고 언급한 것도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현행 헌법도 제정한 지 70여년이 지났으니 시대에 어울리지 않은 부분은 개정해야 하지 않겠냐”며 개헌 의지를 비치고 있다.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를 개정해 일본이 전쟁 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탈바꿈하는 것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루히토 일왕은 법치국가에서 최상위 법인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아베 총리와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아키히토 상왕도 30년 전 즉위식 당시 헌법을 준수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일왕은 헌법한 정치적 권한이 없어 개헌에 대한 찬반 표명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아베 총리가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상징적 권위를 지닌 일왕이 헌법을 따르겠다는 당연한 발언을 하면서 새삼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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