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중무용 춘앵전 이수자 박은영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 (사진제공:박은영 교수)

궁중무용 춘앵전 이수자 박은영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궁중생활은 TV속 드라마나 문헌, 문화공연 등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인은 더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상상하며 표현하고 싶어한다. 이처럼 끊임없는 과거에 대한 상상은 결국 과거의 겉모양뿐 아닌 옛 선조들의 정신적인 영역까지 파고들려고 한다.

(사)궁중무용춘앵전보존회를 설립하고 궁중무용 춘앵전을 보급하기에 힘쓰는 박은영(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故 심소 김천흥 선생의 제자이다. 김천흥 선생은 과거 순종황제 탄신오순 경축 공연에서 직접 춤을 췄던 춤꾼으로 전통무용의 허리 역할을 담당했다.

“하늘이 도와 선생님께서 백수하셨죠. 선생님께서는 현재 정리된 궁중무용 60여 종 중에서 40여종 이상을 재현하셨습니다.”

박 교수는 살아계셨던 스승을 회상하며 “그 분에게는 신에 가까운 자연스러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런 스승에게 춤과 정신을 이어받은 박 교수는 우리 동양의 춤에는 철학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평소 춤추며 수행하는 끊임없는 과정 속에서 정신이 우러나오데 이때, 춤을 일부러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을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춤은 춤추는 사람의 움직임을 보면 정신까지 읽어 낼 수 있단다.

박 교수는 ‘천지인’ 사상에 관심이 많다. 평소 인간이 자연의 축소판이며 사람의 몸은 자연과 닮은 부분이 많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서양사상은 그리스로마신화처럼 신과 인간이 분리되어 있지만, 동양에서는 신이 사람과 하나라는 말이다.

박 교수는 바다 속을 여행하면서 풍경이 마치 땅에 물을 채운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사는 이 땅에 물을 채우면 바다가 되고, 내가 채워지면 내가 바로 신이 되고 신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은 결국 하늘의 원리와 땅과 인간의 원리가 같아질 때 가장 자연스럽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故 한영숙 선생과 공연을 같이 준비하면서 목격한 장면을 자연스러운 춤의 한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한영숙 선생님이 분장을 하시다가 갑자기 휴지 한 장을 뽑아 들고 살풀이를 추셨어요. 그러면서 선생님은 ‘나는 오늘 여기서 공연 다했어’라고 하셨는데 그 때의 춤이 잊히지 않네요.”

한영숙 선생의 휴지 춤은 박 교수에게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박 교수는 “그날 무대에서 보여준 한 선생의 춤은 가짜라고 여길 만큼 분장실에서 보여준 춤이 진짜 춤으로 느꼈다”며 “무대 위의 춤보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 움직이는 춤이 진짜 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10여 년 간 이어온 (사)궁중무용춘앵전보존회의 <한국 춤 100선 12마당>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9일 열리는 이번 공연에는 5명의 무용 박사들이 함께 무대에 서는데 박 교수가 궁중무용의 꽃인 춘앵전을 직접 선보인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대부분의 무용계의 거목들이 세상을 떠났다. 보존회는 이들의 춤을 문화재 종목으로 만들어 보존하는 작업을 해왔는데, 제자들에게 춤을 시켜보면 이마저 다 제각각의 색깔이 드러난다고 한다.

세월이가고 사람이 변하듯 춤도 함께 변해가는 것이다.

그는 “예술은 사회 속에서 도드라지고 빛나는 것이지 그 자체만으로 생명력이 없다”며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모든 상황이 상생하며 함께 화합하는 분위기로 흘러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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