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다빈도 질환별 10만명당 발생률 (제공: 자생한방병원) ⓒ천지일보 2019.10.21
경찰관 다빈도 질환별 10만명당 발생률 (제공: 자생한방병원) ⓒ천지일보 2019.10.21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10월 21일은 경찰의 날이다. 이 날은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의 역할을 되새기고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24시간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 경찰은 각종 위험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민들을 보호해야 하는 만큼 건강 관리가 중요하지만 정작 그들의 건강을 돌보는 것에는 소홀한 실정이다.

특히 다양한 경찰 업무 가운데서도 야간근무자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최근 소병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이 경찰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야간근무자 특수건강검진을 받은 경찰관의 59.9%가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56.3%, 2017년 59.4%에 이어 3년 연속으로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경찰관 직무조사에서도 ‘야간근무자들에 대한 별도 관리와 관찰이 필요하다’고 답한 경찰관이 55%에 달할 만큼 경찰 야간근무자들의 건강을 위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의 도움말로 경찰관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알아보자.

◆경찰 인원의 40% 지구대·파출소 근무자

유독 밤샘근무를 하는 부서가 많은 경찰 조직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사례가 전국 경찰 인원의 약 40%를 차지하는 지구대·파출소 근무자들이다. 112 신고로 출동하는 것부터 주민들의 민원 해결까지 관할 지역의 치안과 안전 전반에 관한 모든 일을 담당하는 이들에게 야간근무는 일상적이다.

보통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의 업무 사이클은 '주간근무-야간근무-비번-휴무'의 반복으로 진행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간 근무를 하고 다음날 오후 7시에 출근해 익일 오전 9시까지 야간 근무를 한다. 퇴근 후 당일은 비번이고 그 다음날이 비로소 휴무다. 이러한 잦은 야근과 불규칙한 생활 패턴은 일선 경찰관들의 몸과 마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경찰청이 2016년 발표한 ‘야간특수건강검진 운영개선 및 건강실태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경찰관들이 빈번하게 앓는 질환은 소화성궤양, 정신질환, 어깨근골격계질환, 요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이상지질혈증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 소화성궤양을 비롯한 스트레스성 질환과 근골격계 질환이 다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은 “경찰 야간근무자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근본적 원인은 불규칙한 생활 습관에 있다. 특히 수면이 방해를 받으면 일상생활 중 손상된 몸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도 적어지는 만큼 건강에도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라며 “수면이 불규칙해질수록 호르몬 분비 변화와 함께 체내 순환·소화기 계통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전체적인 신체 기능이 저하되고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로·스트레스부터 근골격계 질환까지

야간근무는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정한 2A급 발암물질이다. 이는 납 화합물, DDT 살충제, 디젤엔진 배출물 등의 요소들과 동일한 등급이다. 총 44종으로 분류된 고용노동부의 생식건강 유해인자에도 야간근무가 포함돼 있다.

경찰관들에게서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소화성궤양의 경우 심신의 과로, 스트레스가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밤마다 다수의 취객들과 민원인들을 상대하다 보면 폭언은 예사에 폭행을 당하기도 하는 등 위험한 순간들이 빈번히 발생한다. 육체적인 과로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겹치며 신체적인 증상 이외에 정신질환이 다발하게 되는 이유다.

특히 지구대·파출소 근무자들은 근무 특성상 어깨와 허리 등에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잦다. 장시간 순찰차에 앉아 근무해야 하는 시간이 많은 만큼 비좁은 차 안에서 같은 자세가 유지되다 보면 허리와 목, 어깨 등에 무리가 가기 쉽다. 또한 권총과 수갑이 장착돼 3kg이 넘는 허리띠는 근무시간 내내 허리와 골반에 지속적인 부담을 준다.

이러한 부담이 지속될수록 관절 주변 근력이 약해지고 척추 추간판(디스크)에 압박이 가해지면서 통증이 점점 심해지게 된다. 가벼운 통증의 경우는 근무자세의 개선이나 충분한 휴식, 스트레칭으로 완화될 수 있지만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정확한 진단을 통해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한방에서는 틀어진 척추와 관절의 위치를 바로 잡아 특정 부위에 쏠리는 부담을 해소해 통증을 줄이는 추나요법과 손상된 근육과 인대의 빠른 회복을 돕는 약침, 한약 처방 등을 통해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를 진행한다.

◆경찰 야간근무자, 질환 피하려면 적극적 건강관리 나서야

2017년 한국경찰학회보에 게재된 ‘경찰공무원의 경찰병원 이용실태와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경찰관 가운데 경찰병원을 이용한 비율은 3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근무 중 진료시간을 내기 어렵거나 지역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의 경우 지리적 위치가 멀어 방문이 어렵다는 점이 경찰병원의 이용률을 낮추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부족한 경찰관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인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경찰관들 스스로 건강을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체력 증진 및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평소 꾸준한 체력 단련과 함께 여가 활동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건강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나 척추·관절에 문제가 생기는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곧 내년부터 관리가 용이해질 전망이다. MRI(자기공명영상검사)의 보장성 확대 정책에 따라 내년부터 척추, 2021년부터는 근골격계의 MRI검사가 국민건강보험 급여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정밀한 검사가 가능해지면서 증상이 경미한 조기부터 질환을 발견해 치료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생한방병원 홍순성 원장은 “경찰관들 스스로 ‘내 건강이 곧 국민의 안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건강 관리에 적극 나서 각종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며 “사소한 증상이라도 방치할 경우 몸 전체의 건강을 무너뜨릴 수 있으므로 의료기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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