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문화칼럼] 한국인들의 엑소더스
[이재준 문화칼럼] 한국인들의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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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엑소더스(Exodus)는 ‘탈출’을 뜻한다. 모세가 4백년간 이집트에 포로가 돼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가나안 땅으로 탈출한데서 유래한다. 헬라어로 번역된 구약 성경 출애굽기의 명칭은 ‘엑소더스’이다. 

이스라엘 민족은 모세를 따라 고국으로 돌아가지만 온갖 위함과 고난을 당했다. 이들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 도달한 것은 40년 후였다. 이스라엘 민족은 타국의 노예생활에서 엑소더스 했으나 정반대로 고향을 탈출해야하는 아픈 역사를 겪은 민족이 많다. 

공자는 기강을 흐린다는 죄명을 받자 고국 노나라를 떠나 긴 유랑 길에 나섰다. 공자가 그리운 고향에 돌아온 것은 14년 후이며 나이는 68세였다. 여러 나라를 전전하면서 자신이 태어난 곡부(曲阜)를 한시도 잊지 않았고 병마를 극복했다.

안식을 찾은 공자는 몇 년을 더 살다 눈을 감았다.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액소더스는 전쟁에 의한 것이 많다. 전쟁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면 사람들은 보따리를 싸고 위험한 곳을 탈출한다. 죽음과 핍박이 두렵기 때문이다. 지금도 내전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시리아를 떠난 난민의 숫자는 백만명이나 된다. 

역사에서 나라가 망할 때 징조는 바로 백성들의 엑소더스 행렬이다. 동물들도 흉조를 알려준다고 한다. 백제 말 660AD 4월 왕도 성안에 수만 마리의 개구리가 나와 울부짖었다는 기록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불길한 징조로 여겨 도성을 떠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해 7월 백제는 나당연합군의 공격으로 왕도(王都)를 잃고 말았다. 

을사늑약(1905AD) 이후 많은 애국지사들이 일제에 항거하기 위해 만주와 북간도 러시아로 떠났지만 끝내 고국으로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그 한은 2~3세에까지 대물림 되고 있어 지금도 후손들이 여러 나라를 유랑하고 있다. 
조국은 조상들의 뼈가 묻힌 애틋한 곳이지만 희망이 없을 때 사람들은 떠난다.

최근에는 제법 살만한 지인들이 한국을 떠나야겠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해외에 나가 살았더라도 고국으로 돌아올 나이에 왼 이주냐고 물어보면 그냥 한국이 싫어졌다는 것이다. 인생을 열심히 살아 온 예술가, 대학에서 학문을 한 교수들마저 이런 개탄 섞인 말을 한다. 

60이 가까운 한 부모는 자식들이 살만한 나라를 질문하기도 한다. ‘캐나다가 좋을까요. 호주가 좋을 까요’. 호주는 인종차별이 심하고, 미국은 연일 총격사고로 위험하고 동남아시아 태국은 어떠냐고 묻는다. 작은 중소기업을 하는 이들은 더욱 절실하다. 더 이상 회사를 지탱할 의욕마저 사라졌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을 많이 해고한 경기도 한 중소기업 대표는 그 후유증으로 지병이 도져 병원에 입원했다. 

한국을 절망적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이 많은 것은 정권의 잘못이 크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 같은 절망적인 소리를 진영논리로 덮고 마이웨이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가 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가. 

민생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는 독선이며 오만이다. 5억이 필요한 해외이민 창구에 장사진을 치는 풍경은 무엇을 말하는가. 많은 젊은이들이 아직도 ‘헬조선’이라고 한국을 비하하고 있는 것인가.

시위가 점점 과격해 지고 있는 홍콩에서도 부유층의 엑소더스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두 달 새 홍콩 백만장자 100여명이 아일랜드에 투자 이민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홍콩을 지옥에 비유하며 더 큰 유혈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국민들이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끝까지 살아 갈 수 있는 터전을 정부와 정치인들은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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