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 대학생들이 주한미국대사관저를 무단침입한 불상사가 일어났다. 대학생진보연합에서 대사관저 담을 넘어 기습시위를 했던바, 표면상 드러난 이유는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 말라”는 것이다. 시위대는 관저 내부의 옛 미국공사관에서 ‘미군 지원금 5배 증액 요구한 해리스(주한 미국대사)는 이 땅을 떠나라’라고 적은 현수막을 펼치고 “내정간섭 해리스 반대” “분담금 인상 절대 반대” 등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뒤늦게야 시위 참가자 19명 전원을 체포해 조사 중에 있는데 이유야 어찌됐던 외국대사관 공공건물을 불법 침입한 것은 잘못이다.

친북단채인 진보연합 대학생들의 외국대사관저 난입사건과 관련해 아니나 다를까 주한 미국대사관의 강도 높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던바, “대한민국이 모든 주한 외교 공관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urge)”는 성명서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통상적으로 외교적인 문구로 ‘촉구(urge)’한다는 표현은 동맹 간에는 잘 쓰지 않는 것으로 적성국가에 대해 사용하는 용어임을 비쳐볼 때 이번 미대사관저 난입사건에 대한 미국 측의 강경 대응은 한국이 부담해야할 방위비 분담금 등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국과 미국은 돈독한 동맹국 관계지만 최근 들어 다소 불편한 관계다. 대북·대일 정책에 대한 양국간 이견, 주한미군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을 둘러싼 갈등 등 요인이 수두룩하다. 그 가운데 한미당국은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이 지난달 24∼25일 서울에서 첫 회의가 개최됐다. 양쪽이 협상에서 밀고 당기는 전략적 차원에서 눈치만 보고 의견 타진했던 것인데, 이번 미국 측이 요구하는 금액은 올해의 한국 분담금 1조 389억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 50억 달러(약 6조원)에 근접한 금액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이 공정한 몫을 더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발언이 있은 뒤라, 18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에서는 한국과의 SMA 체결을 위한 2차 협상 일정을 알리면서 동맹국이 방위비 비용을 공정하게 분담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다음주 하와이에서 개최되는 2차 협상 회의를 앞두고 한국을 압박하려는 미국 측의 고도화된 작전이라 풀이된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데 따른 방위비 분담은 마땅하다고 하더라도 지난해나 올해의 수준을 훨씬 벗어나는 약 6조원에 이르는 분담금 요구는 무리다. 한미동맹의 취지를 살려 합리적 수준에서 2차 협상이 잘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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