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기술경영학 박사

 

지난 몇 년간 ‘IT이야기’라 명명된 필자의 칼럼에서, 반도체를 소개한 칼럼이 없다는 것을 최근 그 동안의 칼럼을 살펴보면서 다소 놀라웠다. 특정 주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반도체가 언급된 적은 있었겠지만, 칼럼 작성이 주로 해당 시점에서의 주요 IT이슈에 편승하여 이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주제 위주의 작성에 집중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반도체, 그 자체에 대한 칼럼을 소개하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반도체’는 무엇인가 ? 최근 일본의 경제도발도 있어, 대부분의 국민, 독자들 중에 ‘반도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짐작된다. 이에 그 원리 및 중요성을 좀 더 세부적으로 설명하고, 미래기술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반도체기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새겨보았으면 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생활용품의 상당 수, 특히 휴대폰, 노트북 등과 같이 개인들의 일상활동에 꼭 필요한 필수품은 거의 전자제품이다. 전자제품, 즉 전기의 흐름을 동력으로 삼아 기기가 작동하는 제품들은 작동을 위해 소요되는 전력량을 최소화하여, 가능한 적은 전력으로 오랫동안 사용하게 하여야 하고, 이동이나 보관이 편리하게끔 기기의 크기도 작고, 가벼워야 한다. 또한 기기에 많은 정보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여 유저에게 전달해야 한다.

현대 전자제품의 생산은 바로 더 적은 크기로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소자를 개발하는 일련의 방향성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특히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를 지향하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있어서 이러한 방향성의 속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 바로 반도체가 있는 것이다. 반도체의 이점은 히터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전력이 낮고, 전원이 들어오면 즉시 동작하며, 낮은 온도로 동작하기 때문에 수명이 매우 길다. 아울러 진동이나 충격에 강하며 신뢰성이 높고, 동일한 동작에 필요한 부피나 면적이 적게 소요되어 제품소량화를 가능하게 한다. 

반도체(semi-conductor)는 말 그대로 상온에서 전기를 전도하는 전도율이 전기를 잘 흐르게 하는 구리, 알루미늄과 같은 도체와 전기나 열 전달이 어려운 성질을 갖는 나무, 종이 등과 같은 부도체의 중간 정도이고, 열 등의 에너지를 통해 전도성을 급격하게 변화할 수 있는 물질이다. 전기는 전류의 흐름으로 발생한다.

또한 전류는 전자의 흐름으로 형성된다. 원자는 양성을 띤 핵과 음성인 전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핵 외곽을 돌고 있는 전자는 2n개를 맞추는 옥텟규칙(Octet rule)을 준수하고자 하며, 이웃한 원자들 간에는 이 숫자를 맞추기 위해 원자 주변을 돌고 있는 전자를 서로 공유하여 이 옥텟규칙을 지키게 된다. 이 규칙을 위해 상호 전자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전자의 흐름이 바로 전류를 발생시키는 것인데, 반도체 물질의 경우에는 이 옥텟규칙을 지킨 원자들이 정확히 꽉 차 있어 더 이상 전자의 흐름이 일어나지 않고, 따라서 평상시에는 전류가 흐르지 않는 상태로 존재한다.

여기서 정확히 꽉 차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하는데, 이는 반도체 물질에서는 이 꽉 차 있는 상태에 조금만 외부적인 영향을 주면 바로 전도띠(conduction band)로 넘어가 전류가 흐르게 되는 것이다. 즉 공유결합을 가진 원자들이 전도띠에 거의 근접하여 꽉 차 있으므로 여기에 약간의 외부요소를 넣어 주기만 해도 밴드갭(band gap; 전도와 비전도층간의 틈)을 순식간에 뛰어 넘어 전자가 움직이는, 즉 전류가 흐르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부도체에서는 옥텟규칙을 잘 지키며 공유결합중인 원자들이 꽉 차 있지 않아 웬만한 외부충격에도 전도띠로 넘어갈 수 없지만, 반도체는 전도띠에 거의 근접한 수준으로 원자들이 full로 채워져 있어, 외부자극이나 불순물 첨가 등으로 쉽게 전도띠로 넘어가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상태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사한 전도특성을 가진 원소, 예를 들면 모래에 풍부하게 함유된 규소(Si; 실리콘)등을 이용하여, 이를 가공, 제작하는 고도의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 제작기술에 있어 세계 최강의 기술력을 보유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이다.

반도체산업은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국가/기업 간 협력적 치킨게임이라는 역설적 개념도 포함되므로, 그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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