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 ⓒ천지일보DB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 ⓒ천지일보DB

각 재판별 사건번호 언급하며 증언 거부

정무위, 약 30분간 감사 중지 후 재개

김진태 “증언거부, 국회 모욕죄 적용해야”

이학영 “김용판 청장도 증언 거부했다”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이 증인으로서의 선서와 증언을 거부했다.

피 전 처장은 이날 진행된 국회 정무위 종합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 전 민병두 위원장에게 “마이크를 주시면 안 되겠나, 선서 전에 해야 돼서 그렇다”라며 급히 발언권을 얻은 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국정감사의 증인으로서 선서를 거부하며 일체의 증언 역시 거부합니다”라고 급히 말했다.

피 전 처장의 증언 거부로 국감은 관련 법 해석을 둘러싼 여야 공방 끝에 잠시 중지되기도 했다.

피 전 처장은 자유한국당의 고발과 항고로 인한 검찰 수사 상황을 언급하며 “증인이 형사 소추 또는 공소 제기를 당할 수 있는 경우 증언뿐 아니라 선서까지 거부할 수 있다”는 법률에 따라 증언을 거부 의사를 밝혔다.

피 전 처장은 손혜원 무소속 의원 부친의 독립유공자 포상 과정의 특혜 의혹과 산하기관장 사퇴 종용 의혹에 대한 심문을 위해 증인으로 채택된 바 있다.

피 전 처장은 이 자리에서 “이 두 가지 (심문 내용) 모두 한국당이 검찰에 저를 고발한 내용이고 손 의원 부친에 대한 것은 남부지검이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했다”며 “고발인인 한국당이 항고해 현재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하기관 사퇴 종용 의혹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강조하면서 각 재판별 사건번호까지 열거했다.

피 전 처장은 “특히 한국당이 고발한 손혜원 부친의 건은 검찰이 몇 달 동안 보훈처 직원을 수시로 불러 조사했고 심지어 어떤 직원은 10번도 넘게 소환했다”며 “검찰은 여러 직원을 자정 넘어 새벽까지 조사하기도 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강도 높은 수사를 했으나 결국 부정 청탁이 없었고 (손혜원 부친에 대한) 서훈 확정은 심사 기준에 따른 것이라 위법행위를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피 전 처장은 “그런데도 고발인인 한국당이 항고해 서울고등검찰청이 다시 수사하고 있는 상태”이라면서 “국회에서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은 증인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 제기를 당할 수 있는 경우 증언뿐 아니라 선서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변호인의 조언에 따라 이 자리에서 선서 및 일체의 증언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한국당 위원들은 “국회 우롱”이라며 즉각 반발하며 피 전 처장의 증언 거부를 맹비난했다.

특히 김진태 의원은 ‘증언 거부죄’와 ‘국회 모욕죄’를 적용해 정무위 차원에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검찰에 가서 불기소 처분을 받아 놓고 여기서 이야기하다가 잘 못 이야기해서 다시 고발되거나 수사를 받을 수 있으니 나는 못 하겠다는 것”이라며 “지난 1년여 동안 보훈처를 이끌어온 사람이다 묵과할 수 없는 사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피 전 처장은 마이크가 꺼진 가운데에서도 “단지 제 개인의 문제뿐 아니라 저와 함께 근무하던 보훈처 직원 한 명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고 다른 직원도 추가 기소될 여지가 있다”면서 재차 증언 거부 입장을 피력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10.18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10.18

반면 민주당 소속 위원들은 법적 해석을 들어 피 전 처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증인이 법에 의해 증언을 거부했을 때 우리가 강요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국회에서도 김용판 청장이 증언을 거부한 사례도 있다. (특히) 한국당이 고발했는데 고발한 사실을 다시 질의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나”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이 언급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경우 지난 2013년 8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당시 증언 선서를 거부하고 소명서를 대신 낭독한 바 있다.

민병두 위원장은 “증언 선서 거부 사태에 대해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국정감사는 30분여 뒤 재개됐지만 한 차례 공방이 더 이어졌다. 그러나 피 전 처장은 이어진 야당의 증언 재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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