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변호인 김종근 변호사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문서위조 1회 공판준비기일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정 교수는 재판에 불출석했다. ⓒ천지일보 2019.10.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변호인 김종근 변호사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문서위조 1회 공판준비기일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정 교수는 재판에 불출석했다. ⓒ천지일보 2019.10.18

정경심 교수 사문서위조 혐의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서 공방

검찰 “공범수사 중이라 곤란”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 사건 담당 재판부가 검찰에게 “제대로 된 목록을 변호인에게 줘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강성수 부장판사)는 18일 사문서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교수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검찰이 공소의 핵심내용을 설명하고 피고인이 혐의별로 입장을 나타내 향후 원활한 재판을 위해 유무죄 입증에 대한 쟁점을 정리하는 절차다.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다. 정 교수도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그간 공범 수사 등을 이유로 수사기록의 열람·복사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에 정 교수 측 변호인단은 방어권이 침해된다며 재판부에 관련 기록 열람·복사를 허락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때문에 첫 기일이 변경될 것이란 예상과 다르게 재판부가 이번 기일을 그대로 진행했다. 앞서 검찰과 정 교수 변호인단 모두 기일 변경을 신청한 바 있다.

이번 기일에서 정 교수 측은 “공판준비를 위해선 증거목록 내용을 봐야 한다”고 수사기록 열람신청 취지를 설명했다.

검찰은 “사문서위조 혐의 관련 공범수사가 진행 중이라 기소된 사건 서류 열람등사가 이뤄질 경우 (수사에) 중대한 장해를 초래 할 수 있다”고 열람을 반대했다.

정 교수 측은 “공소 제기한 지 40여일이 지났다”며 “공범 수사에 대한 우려는 검찰이 져야 할 부담이지 그 때문에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장애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3일 검찰이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씨 연구실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정 씨의 연구실 문이 굳게 닫혀있다. 검찰은 이날 조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의혹 수사를 위해 조 후보자의 부인이 재직 중인 동양대학교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가 있는 연구실과 사무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내부 문서 등을 확보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3일 검찰이 경북 영주시 동양대학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씨 연구실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정 씨의 연구실 문이 굳게 닫혀있다. 검찰은 이날 조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의혹 수사를 위해 조 후보자의 부인이 재직 중인 동양대학교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가 있는 연구실과 사무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내부 문서 등을 확보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양 측 주장을 들은 재판부는 “목록은 제공한 것 같은데, 진술조서가 다 ABCD로 돼 있어 이게 목록 제공의 의미가 있나”고 검찰에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통의 경우와 달리 기록의 복사가 전혀 안 됐다고 하니, 새로운 상황이 있지 않은 한 피고인의 신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검찰에서 시일을 정해 증거목록·사건기록목록이라도 주시고 변호인 측은 그에 따라 열람·등사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말했다.

이어 “검찰은 어떤 부분이 관련 사건과 연관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줘야 판단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다 허용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2주 안으로 열람·등사를 허용하면 그에 맞춰 판단을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교수 측 변호인 김칠준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장관 가족 여부를 떠나 시민은 수사 전 과정과 재판 전 과정에서 인권이 보호돼야 한다”며 “앞으로 (이 같은 보호가 이뤄지는지) 밝혀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이 법과 원칙으로 수사한다고 하는데, 원칙의 첫 자리엔 항상 인권이라고 생각한다”며 “인권감수성이 살아 숨 쉬는 수사 과정이었는지 사람에 대한 배려 충분했는지, 그렇게 해서 검찰이 지향해야 할 ‘스마트’한 검찰로 나아가는지 수사와 재판 전 과정을 꼼꼼히 검토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영화 ‘재심’의 모델로 유병한 박준영 변호사 등과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 김 변호사는 화성 2·4·5·7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의 변호를 맡아 무죄를 만들기도 했다.

정 교수는 2012년 9월 딸 조모(28)씨의 대학원 입시를 위해 자신이 근무하는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임의로 만든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정교수에 대한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내달 15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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