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10월 9일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평가대상 141개국 가운데 13위를 차지했다. 15위였던 지난해보다 두 단계, 2017년보다는 네 단계 오른 것이다. 싱가포르가 지난해 1위였던 미국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고, 스위스 일본 독일 영국 등이 뒤를 이었다. 2년 연속 순위 두 단계 상승은 현재의 우리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의외로 높은 평가이나 어째든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 네덜란드,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 보다 뒤져있고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싱가포르, 홍콩, 일본, 대만에 이어 5위에 머물러 있다.

WEF는 국가경쟁력을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등에서 확보한 통계와 각국의 최고경영자(CEO) 설문조사로 평가한다. 평가는 4개 부문(기본환경, 인적자본, 시장, 혁신생태계) 12개 항목으로 한다. 우리나라는 2017년까지 20위 안팎에 머무르다 지난해 국가경쟁력 평가방식이 바뀌면서 15위에 올랐다. 우리에게 유리한 인프라, 광통신 및 인터넷 보급률 등 ICT보급, 재정건전성 비중이 커져 잠재성장률 하락과 실물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순위가 올라간 것이다. 12개 항목별 평가내용을 보면 우리나라는 거시경제 안정성과 정보통신기술(ICT) 보급의 경쟁력은 지난해에 이어 1위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WEF도 한국을 “ICT 부문을 이끄는 글로벌 리더”라고 평가한다. 10위 이내에는 3개 항목, 인프라(6위), 혁신역량(6위), 보건(8위)이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4개 항목, 금융시스템(18), 기업 활력(25위), 제도(26), 기술(27위)은 중위권이다.

다만 종합순위 상승에도 불구하고 제도항목에서는 규제부담(87), 지재권보호(50)가, 기업 활력에서는 권한위임(85), 오너리스크(88위)가 하위권이다. 규제 완화는 되지 않고 각종 기업 활동 규제와 정부의 시장 개입이 강화하면서 기업가 정신 순위는 55위, 시장 효율성은 59위까지 떨어졌다. 조세·보조금으로 인한 경쟁왜곡(61위), 무역장벽(77위), 관세 복잡성(83위)지표의 악화로 생산물 시장도 59위이다. 기업 환경도 창업비용은 93위에서 97위로, 창조적 아이디어 수용은 35위에서 42위로 악화됐다.

더 큰 문제는 매년 성적표가 좋지 않은 노동시장의 후진성이다. 노동시장 순위는 전년 48위에서 51위로 뒷걸음 친 건 심각하다. 세부 항목으로 들어가면 노사협력이 130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정리해고 비용(116위), 고용 및 해고 유연성(102위) 등도 100위권 밖이다. 3개 항목 모두 전년보다 순위가 뒷걸음질 쳤다. 대립적 노사관계와 노동시장 경직성 등도 악화되었다.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금도 노사가 극단적 대립을 하고 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노동시간 단축 정책인 주52시간 근무제를 둘러싼 대립은 첨예하다. 내년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50인 이상 기업에도 시행과 관련해서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놓고 노사가 싸우는 중이다.

따라서 국가경쟁력 2단계 상승을 좋아할 일만 아니다. WEF는 우리나라에 대해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 고양과 국내 경쟁 촉진,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경직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시장과 기업이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면 기초체력도 점차 약화할 수밖에 없다.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노동개혁과 기업가정신 고취가 무엇보다 화급하다. 경제 활력을 살리는 정책 전환과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진지한 노력이 절실하다. 정부는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노동시장의 낙후성과 기업 환경 악화를 개선해야 한다. 먼저 취약점인 노동부문을 개혁해야 한다. 투쟁 일변도인 강성 귀족노조의 기득권 양보도 요구된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경직성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WEF의 제언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규제개혁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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