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북한 전문가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지난 11일 여의도 인근 까페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현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북한 전문가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지난 11일 여의도 인근 카페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현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6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협상결렬, 양측 입장차확인”

“北셈법, 안전보장·제재완화”

“3차 회담, 연내에 열릴 듯”

“트럼프·北도 성과물 필요해”

“대남비난, 전략적 선미후남”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지 일주일여가 지난 가운데 후속 협상이 곧 재개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지난 5일(현지 시간) 북미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하노이회담 이후 7개월여 만에 실무협상을 재개해 기대를 모았지만, 비핵화 해법을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돌아섰다.

당시 미국 대표단은 2주 안에 북미 협상을 다시 열자는 스웨덴의 초청을 수락한 뒤 북측에도 협상 재개를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이 ‘연말까지 숙고하라’는 등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2주 안에 협상이 다시 열릴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게다가 북한이 빈손협상 이후 미국에 책임을 떠넘기고 대미 비난 수위를 높이는 등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에 나선 모양새여서 향후 북미관계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본지는 지난 11일 북한 전문가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를 만나 관련 현안을 짚어보고 남북미관계의 선순환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해 봤다.

- 북미실무협상이 최근 결렬됐다. 협상 결렬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북미 양측이 진실게임을 벌이는 양상이다. 북한은 당시 미국의 대표들이 빈손으로 왔다고 협상 결렬의 원인을 미국 측으로 돌렸고 미국은 창의적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갔다고 주장했다. ‘빈손론’을 주장하는 북한은 협상결렬을 선언한 반면, 미국은 창의적인 좋은 회담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북미협상 결렬 원인을 두고 양측이 진실공방을 벌였는데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미국이 정말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협상에 임했는지 자기 호주머니에 넣어놓고 만지작만지작 하면서 밖으로는 꺼내놓지 않은 것인지 말이다. 거기에 답이 있다고 본다.

그간의 과정을 보면, 미 실무진에게 이번 실무협상은 아무런 협상안 없이 단지 북한의 입장을 듣는 즉, 탐색전을 하는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미 실무진의 협상전략으로 스톡홀름에서는 탐색단계, 후속 협상에선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 협상단계, 마지막 협상에서 합의단계에 이르는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미국의 변화를 보고 속도전에 나서려고 했는데 미국은 탐색전을 펼쳤다고 볼 수 있다.

- 후속협상에 대한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곧 재개될 것 같나.

앞서 언급했듯이 속도전을 바라는 북한과 협상의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접근하려는 미국 간에 접점이 있거나, 특히 북한이 후속협상에서 기대할만한 뭔가가 있다면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이후 양측의 힘겨루기 등 여러 상황들을 감안하면, (실무협상보다는) 한번정도 비공식적인 실무접촉을 갖고 곧장 3차 북미정상회담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북한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만이 결단할 수 있다. 미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할 수 있다. 미 실무진이 할 수 없다는 거다. 양측 간에 일정부분 진전이 된다면, 북측은 ‘완전한 비핵화’ 조치와 관련된 핵심 사안에 빈칸을 두고, 미측은 상응조치로서 결정적인 것들에 대한 빈칸을 남겨둔 상태에서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본다.

- 그렇다면 시기를 어떻게 보느냐. 올해 내 3차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현재 북미 간 신뢰가 쌓이고 있고 양 정상이 톱다운 방식의 유용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도 북미 양국의 의미있는 결과 도출을 위해 촉진자로서 의지를 보여주는 등 직·간접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내년도는 정치일정상으로 북미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한 해이다. 이렇게 본다면 올해 안에 3차 정상회담이 충분히 열릴 수 있다고 본다.

싱가포르 1차 북미회담이 모양새 갖추기였다면, 하노이 2차 회담은 북미 간 기싸움을 벌이는 형국이었다. 앞으로 있을 3차 정상회담에선 이를 토대로 살을 붙이고 구체화해 의미 있는 결과 도출, 이렇게 전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북한 전문가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지난 11일 여의도 인근 까페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현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북한 전문가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지난 11일 여의도 인근 까페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현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6

-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셈법’은 뭔가.

그간 북한은 ‘새로운 셈법’을 거론하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최근 북미협상에 앞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권정근 미국 국장, 북측 실무협상 대표 김명길 순회대사가 연속적으로 두 가지를 얘기했다. 생존권과 발전권이라는 단어로 에둘러 표현했지만, 골자는 체제안전과 경제제재 완화다.

하노이협상 결렬 이후 북한은 정치·군사적으로 체제 안전보장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물론 그렇다고 북한의 입장을 액면 그대로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북한은 앞서 이미 핵 경제 병진노선 종료를 선언하고 새로운 노선, 즉 경제노선에 집중하겠다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제재가 지속된다면 할 수 있겠느냐.

그럼에도 하노이 이후 북한이 이런 태도를 취한 것은 자존심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하노이협상에서 북한이 상응조치로 경제제재 완화를 요구한 데 대해 미국은 ‘북한이 정말로 상당부분 압박을 느끼고 있네. 제재 효과가 먹히네’라고 판단한 것 같다. 미국이 상당부분 오해를 하고 있는 거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내부 사정까지 고려해서 그 안을 가져갔는데 패착이었다. 그래서 북한이 정공법으로 돌아간 거다. ‘너희들 경제제재 계속 해. 우리는 체제보장 문제를 검토할께’라는 식이다. 하지만 북한의 속뜻을 파악해야한다. 북한은 그들 스스로 경제제재 완화 문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경제제재 완화’와는 달리 ‘안전보장’ 문제는 굉장히 복잡하다. 주한미군, 한미연합훈련, 미국의 핵정책, 무기구매 및 판매 문제 등 관련된 모든 문제가 협상이 돼야 안전보장으로 가는 것인데 어떻게 한꺼번에 할 수 있겠느냐. 북한은 양측 간 신뢰도에 따라 또 신뢰가 쌓이면 하나하나 단계적으로 이행하자는 것이다. 단계적·병행적 모델이 북한이 주장하는 새로운 셈법이다.

- 하노이 ‘노딜’의 원인을 되집어 본다면?

하노이협상에 앞서 북미 실무자 간 접촉을 통해 6.12공동성명 합의문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접점을 찾은 부분이 있었다고 본다. 6.12합의문의 핵심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와 상응조치, 미군 유해 발굴 등이다. 당시 관련 내용에 대한 구체화 작업을 통해 가장 낮은 단계의 연락사무소 설치, 적어도 종전선언 또는 평화 선언 채택, 미군 유해 공동 발굴 등 이런 정도의 합의는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지 완전한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입장차가 있었던 것 같다.

하노이협상 당시 북한 최고로 내줄 수 있는 카드는 영변 핵단지였다. 영변 핵시설은 북핵의 상징이자 심장부로, 약 70~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은 상응조치의 첫 단계로 대북제재 5개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달리 미국은 민생관련 대북제재 5개 완화는 부분 해제가 아니라 전체라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 영변 핵시설 외에 플러스 알파를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난색을 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스냅백 적용 등 절충안을 내놨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스냅백(snapback)은 미국이 일부 제재를 완화하되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이행되지 않으면 제재를 원상복구하는 방식이다.

- 향후 있을 3차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얘기가 오갈 것으로 보느냐. 또 회담 성공 가능성은?

북한은 3차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이외에 플러스 알파가 뭔지 미국에 설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세 가지 설이 나오고 있는데, 먼저 미국은 영변지역 외에 의심가는 농축시설 두 곳을 의심하고 있다. 태천(평북)인지 강선(평남)인지 알 수 없지만, 가장 좁은 범위의 플러스 알파다. 다음으로 핵과 미사일 관련된 시설을 말한다. 미사일 연구소나 군수공장 등이 있을 수 있지 않느냐. 중간수준의 플러스 알파 범주다. 마지막 하나는 모든 탄도미사일과 심지어 생화학 무기까지 포함된다.

관건은 미국이 요구하는 플러스 알파가 어디까지냐이다. 그에 따라 북한의 대응 여부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안은 두 번째일 것으로 예상하는데, 미국이 플러스 알파로 핵과 미사일 시설에 대한 동결을 원한다면 북한 또한 대표부 설치, 평화·종전선언이 아닌 평화협정, 대북제재도 군사부분을 제외한 5개 전부를 요구할 것이다. 양 정상의 결단에 달려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북한 전문가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지난 11일 여의도 인근 까페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현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북한 전문가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지난 11일 여의도 인근 까페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현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6

- 최근까지도 북한의 대남비난 수위가 상당히 높았다.

북한은 자존심을 먹고사는 나라다. 우리 정부가 김 위원장의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판단한 거다. 첫째,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조건 없는 개성공단 재개를 제의했을 당시 우리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반응했다. 북한 입장에선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으리라고 본다. 둘째, 지난 4월 하순 김 위원장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평양을 비운 그런 미묘한 시기에 우리 정부가 한미공중연합훈련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셋째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싱가포르회담 이후 줄곧 한미군사훈련, 워게임 등과 관련해 ‘자신은 하기싫다’는 말을 해 왔다. 그런데 한미군사훈련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트럼프는 싫은데 문 대통령이 훈련를 요구해서 했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 김 위원장은 우리 정부에 상당히 섭섭했을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북한이 우리 측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도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북한의 대남비난 성명을 보면 누구나가 문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문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다. 또 중요한 대목은 과거에는 수위 높은 발언 뒤에는 반드시 NLL(북방한계선) 침범 또는 MDL(군사분계선) 도발로 이어졌다. 그런데 지금까지 북한은 한 번도 월선하거나 도발한 적이 없다. 또 하나는 이런 형편의 남북관계라면 북한은 남북이 접촉하고 있는 남북연락사무소를 폐쇄하거나 자진 철수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을 텐데도 과거와는 달리 그대로 두고 있다. 북한이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 어찌됐든 남북관계가 상당히 얼어붙어 있다. 우리 정부는 무얼 해야 하나.

현재 남북미관계를 봤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통미봉남’을 전략을 펴고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김 위원장도 주판알을 많이 두드린다(웃음). 먼저 북한은 정상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문 대통령의 도움이 절실하다. 두 번째 북미 간 협상을 통해 합의가 이뤄지면 그 합의가 잘 진행될 것인지 아닐지에 대한 교차검증이 요구된다. 북한은 우리 정부를 통해서 미국이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부분을 잘하겠다는 것인지 검증이 가능하다. 세 번째 북미 간 합의가 되면 남북경협에 속도를 낼 것이다. 경협 속도를 내기 위해선 우리(한국)측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김 위원장도 매우 잘 알고 있다.

최근까지 북한이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을 지속하고 있지만 이는 ‘통미봉남 전략이 아니라 선미후남 전략’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서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한 다음 남북 간 대화를 하겠다는 거다. 그런 관점에서 문 정부가 남북문제와 관련해 너무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우리 정부는 북미 간 대화를 위한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북미 정상 간 만남에 가교 역할을 하고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북미 간 만남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면 남북관계는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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