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본부 임시 폐쇄..KOICA 비행기표 물색
관광객 수백명 발묶여..이집트 관광 취소 잇따라

(카이로=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이집트에서 사망자들이 속출하고 약탈 행위가 이어지자 교민과 주재원들이 잇따라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은 30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 있는 아프리카지역본부를 임시 폐쇄하고 주재원의 경우 중동지역 본부가 있는 두바이로, 가족은 전원 한국으로 귀국토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소속 주재원 9명과 기아차 3명, 모비스 1명은 이날 오후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고, 이들의 가족 36명은 두바이와 바레인 등을 경유해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집트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LG전자 현지 법인은 주재원의 가족 30명에 대해 희망자에 한해 귀국을 지원하기로 했고, 삼성전자 지사도 가족들을 공항 근처 호텔에 투숙시킨 뒤 내달 1일께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토록 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집트 주재 한국기업들이 이처럼 가족들의 출국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으며, 대형 할인매장과 상점 등에 대한 약탈 행위가 기승을 부리는데다 심지어 고고학박물관에도 폭도들이 난입하는 일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해온 경찰이 이틀 전부터 치안 유지 활동을 사실상 포기해버려 시내에서는 치안 공백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이에 따라 시민들은 마을 단위로 자경단을 구성하고 있다.

이집트로 관광이나 성지순례를 온 한국인 여행객들도 일정을 취소하고 조기 귀국하는 길을 찾고 있다.

카이로에서 여행업을 하는 한 교민은 "카이로 공항에만 한국인 단체관광객 3팀이 대기하고 있고, 기독교 성지인 시내산(시나이산)에 2팀, 유적이 많은 룩소르 지역에 여러 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30일) 요르단과 이스라엘에서 각각 이집트로 넘어오려던 한국인 단체팀에도 현지에서 다른 일정으로 대체하도록 했고, 내달 중순까지 단체 관광객의 이집트 입국을 모두 취소토록 했다"고 덧붙였다.

관광객들이 이집트에 도착하더라도 시위 사태로 도로 곳곳이 차단돼 호텔에 접근하기도 어렵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이로의 고고학박물관도 약탈당하는 등 정상적인 관광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집트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 61명도 조만간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이재웅 KOICA 이집트 소장은 "일단 아스완 등 지방에 있는 단원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시켰다"며 "현재 상황으로는 봉사활동이 어렵다고 보고 2월 1일 항공편으로 단원들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주이집트 대사관은 카이로 등지의 치안 공백으로 교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보고, 이날 비상연락망을 통해 필수 요원이 아닌 교민의 경우 귀국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국내 항공사들에 카이로행 항공편 탑승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이에 따라 "대한항공이 29일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하는 항공편부터 자발적으로 승객들을 태우지 않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대한항공은 매주 3차례씩 인천공항에서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를 경유해 카이로에 도착하는 항공편을 운행하고 있으며 이 항공편은 현지시각으로 밤 9시45분에 카이로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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