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터키-시리아 국경지대의 악카칼레 지역 주민들이 터키군 폭격으로 시리아 지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10일(현지시간) 터키-시리아 국경지대의 악카칼레 지역 주민들이 터키군 폭격으로 시리아 지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에 항의해 사임했던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예언이 그대로 들어맞고 있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미군의 시리아 철수가 IS 격퇴 작전을 함께 한 쿠르드 세력을 터키의 공격에 노출시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철수를 두고 자신과 의견이 달랐던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걷어차 버렸다.

볼턴 전 국가안보회의보좌관은 올해 초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의 전제 조건으로 ‘IS 격퇴’와 ‘쿠르드족의 안전 확보’를 언급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머리속에는 쿠르드족의 안전확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볼턴 전 보좌관의 생각도 빗나갔다. 볼턴은 “터키가 미국의 동의 없이 군사적 행동을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터키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리아 북부에 주둔하고 있는 쿠르드족에 맹공을 가하고 있다.

사실상 지난해 말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철수를 고집했다. 트럼프 정부는 철군 일정을 늦추지만 크게 세가지 목표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골치 아픈 이란이 유전지대를 확보하지 못하게 하고, 터키가 쿠르드족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며, 이슬람국가(IS)가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더 이상의 미군 피해와 국방 지원을 꺼려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면서도 동맹이었던 쿠르드족에 대한 안전과 방어에 대해서는 뒷짐을 지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중동의 경찰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왜 시리아·러시아·이란을 위해 이슬람국가(IS)를 죽이면서 싸워야 하느냐. 이제 미국에 집중해 젊은이들이 조국으로 돌아오게 해야 할 때”라고 시리아 철군 배경을 밝혔다.

BBC에 따르면 미군은 터키 국경 근처의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2000여명이 주둔하고 있었다.

미군은 쿠르드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SDF)과 함께 IS 격퇴를 함께 했고 SDF는 미국의 공습을 지원받아 시리아 동북부에서 IS 격퇴에 큰 역할을 했다.

터키는 지난해 말부터 쿠르드족이 주축인 SDF를 터키 내에서 독립을 원하는 쿠르드노동당(PKK)의 군사 조직으로 보고 공격을 가하기 위해 미군이 철수하기만을 기다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 뉴시스)

BBC는 14일(현지시간) 터키의 군사 위협에 생존이 위험해진 시리아 내 쿠르드족은 미국과 적대적인 시리아 정부와 전격적으로 연대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배신으로 큰 상처를 받은 쿠르드족은 터키의 지속적인 침공에 방어태세를 갖추고 필요하다면, 러시아와도 연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8년째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를 둘러싼 세력균형의 변화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리아를 중심으로 러시아, 이란, 터키가 힘을 합쳐 미국에 대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의 철수 배경에 대해 “미국이 중동 전쟁에 개입해 7조 달러를 낭비했다”라며 “IS를 거의 다 몰아냈는데 시리아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BBC는 미군이 철수하면 시리아에서 미국과 각을 세워온 러시아와 이란, 터키에는 기회가 되겠지만 이란의 경쟁자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불리해질 수 있다며 IS 격퇴전에 합류하며 미국의 지원을 받아온 쿠르드 세력은 미군 보호막이 사라지면서 당장 전쟁 위협에 놓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2015년 IS에 대한 미국 주도의 다국적 연합을 바탕으로 중요한 파트너 역할을 했던 쿠르드족은 미 공군과 무기의 도움으로 지하드 그룹을 시리아에서 4분의 1 이상을 몰아내고 통제하기위한 연방 시스템을 구축했다.

쿠르드족은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전체 인구는 2015년 추정치로 3000만명이며, 프랑스 파리의 쿠르드 연구소의 2017년 추정치는 3640만~4560만명이다. 중세 아유브 왕조를 열어 중동 대부분을 지배하며 십자군과 싸워 예루살렘을 탈환한 무슬림 영웅 살라흐 앗딘 유수프 이븐 아이유브(서양에는 살라딘으로 알려짐)도 현재 이라크 북부 티크리트에서 태어난 쿠르드족이다. 영웅은 있지만 독립국가는 아직 없다.

유엔은 이번 터키의 공격으로 시리아에 거주하는 최대 40만명의 쿠르드족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13일(현지시간) “터키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13만명이 대피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점점 많은 사람들이 대피소로 몰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터키는 시리아민주군이 통제하는 지역을 지난 주말 동안 두차례나 폭격했다.

이 와중에,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3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시리아 북부에서 최대 1000명의 미군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쿠르드족은 코너에 몰린 상황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 의원은 “미국이 쿠르드 동맹국을 포기하고 시리아를 러시아, 이란, 터키로 넘겨주겠다는 이 결정은 모든 급진적인 이슬람교도들에게 스테로이드를 공급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미국 정가에서의 끊임 없는 비판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터키, 쿠르드 분쟁을 3년 동안 막아냈지만 미국이 이제는 나올 시간”이라며 그러나 “터키가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간주되는 일을 하면 터키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 했다.

이어 “터키의 작전이 인간적으로 가능한 인도적인 방식으로 수행되기를 바랐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터키는 매우 큰 경제적 타격에 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이번 미군의 철수는 동맹 관계에서도 비용을 앞세우는 트럼프의 계산적인 전략이 깔린 것으로 정치 분석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슬로건으로 내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시절부터 시리아 미군 철수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피를 흘리며 손해보는 짓은 하지 않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했었다.

14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터키군은 작전 닷새 만에 2개 도시를 점령했고 이 과정에서 IS 대원 친인척 억류 수용소인 ‘아인이사 캠프’를 포격했다. 이 혼란을 틈타 수백 명의 포로가 탈출했다.

CNN은 12일(현지시간) 마즐룸 코바니 SDF 사령관이 이틀 전 미 정부와 접촉해 미국의 갑작스런 배신을 규탄하며 터키를 막지 않는다면 시리아 정부군이나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손잡겠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13일(현지시간) 쿠르드 당국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과 함께 터키 침략군을 막는데 협의했다고 전했다.

13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는 미군을 시리아 북부에서 사실상 완전히 철군한다고 발표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수일, 수주 내에 시리아 동북부에 주둔하고 있는 약 1000명의 미군에 대해 신중한 철군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터키 국경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전투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의 전략에 대해 이란과 러시아는 터키와 손잡고 시리아 ‘전쟁’에 개입해 시리아를 주무대로 중동 지역에서의 미국의 힘을 약화시키고 세력을 더욱 확장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BC는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최대 후원자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공백을 틈타 시리아 패권을 차지하고 터키, 이란을 포함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영향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손을 뻗을 기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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