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정수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상가에서 불이 났다. 사진은 화재사고 이후 출입통제된 상가 모습. ⓒ천지일보 2019.10.14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상가에서 불이 났다. 사진은 화재사고 이후 출입통제된 상가 모습. ⓒ천지일보 2019.10.14

투숙객 등 17명 긴급 대피 소동

조리도구, 까맣게 탄 채 물 범벅

“장사도 못 하고 그을음 닦아내”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5일 만에 출근했는데 불에 다 타버렸어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막막합니다….”

1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피맛골 음식 골목에서 만난 유옥자(72, 여, 인천 계양구)씨는 불에 그을린 식기들을 보며 이같이 말했다.

불은 이날 새벽 0시 12분쯤 음식점 주방에서 발생해 오전 2시 18분쯤 진압됐다. 당시 불이 인접한 건물 외벽으로 번지면서 식당 안에 있던 손님과 인근 숙박업소 투숙객 등 17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4명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화재 진압을 하던 소방대원 1명도 건물 2층에서 추락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됐다.

화재가 발생한 현장에는 매캐한 냄새가 남아있었고 불이 난 건물의 문 앞에는 ‘접근금지’라고 적힌 띠가 둘려 있었다. 유씨는 화재가 발생한 음식점 위층에 위치한 음악 교실에서 일하는 직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딸이 아파서 간호하다가 5일 만에 출근하는 것”이라며 “같이 일하는 직원과 일찍 만나서 밥 먹고 출근하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전화해서 불이 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한숨을 내쉈다.

유씨는 “들리는 말에 따르면 화재가 식당 주방에서 시작됐다는 데, 요리하다가 기름에 불이 붙는 바람에 주방장이 당황해서 물을 부어서 큰 불로 번졌다고 한다”며 “큰 인명피해가 생기지 않아 다행이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상가에서 불이 났다. 사진은 화재사고로 그을린 식기. ⓒ천지일보 2019.10.14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상가에서 불이 났다. 사진은 화재사고로 그을린 식기. ⓒ천지일보 2019.10.14

그는 불이 난 장소를 보여주겠다며 건물 뒤편으로 데려갔다. 해당 건물의 외벽은 심하게 그을려 있었고, 발화지로 보이는 곳은 조리도구가 까맣게 탄 채 물에 젖어 있었다. 조리도구가 없었다면 주방인 것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타 있었다.

해당 건물의 창문은 전부 깨져 있었고, 해당 건물 옆에 붙어있던 숙박업소의 건물 외벽도 불에 타 흔들거리고 있었다. 이는 당시 화재가 얼마나 컸을 지 짐작하게 했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 옆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여옥(가명, 40대, 여)씨는 “오전 장사를 위해 출근했다가 불이 났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설마 하고 문을 열었더니 화재 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 또 천장부터 바닥까지는 그을음으로 가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저녁 장사라도 하려고 아침부터 그을음을 제거하고 있다. 화재가 얼마나 심했는지 닦아도 닦아도 그을음이 안 없어진다”며 “이러다가 저녁 장사도 못 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반대편에 있던 한식집도 상황은 비슷했다. 황덕현(가명, 50대, 남)씨는 “뉴스를 보고 불안한 마음에 왔는데 옆 건물에서 불이 났다”며 “오전에 가게 문을 열었더니 그을음이 심해 오전 장사를 접고 연기 냄새도 빼내고, 그을음도 닦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황씨는 “가게가 더러워지면 닦아내면 상관없는데, 일부 재료가 엉망이 돼서 당장 저녁 장사할 재료를 구해야 한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큰 인명피해는 없어서 다행이지만, 솔직히 똑같이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얄밉기도 하다”며 “어떻게 주방장이라는 사람이 요리하던 중에 기름에 불이 붙었다고 물을 부을 수 있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해당 골목을 지나는 이들 마다 매캐한 냄새에 코를 찡그리거나, 너도나도 화재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다. 몇몇 이들은 점심시간을 맞아 밥을 먹으러 왔다가 해당 건물이 불이 난 것을 알고 아쉬워하면서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해당 사건에 대한 정확한 화재 원인과 재산 피해에 대해 조사 중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