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갑작스런 조국 사퇴 배경에 쏠린 관심… 본인 결단? 당정 권유?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취임 35일 만의 일이다.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던 조 장관의 사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전날 고위 당정청 협의를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특수부 명칭 폐지와 축소 등을 골자로 하는 추가 검찰개혁안을 오전에 발표한 직후였다.

특히 다음 날 법무부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었고, 이날 발표한 검찰개혁안에 대해서도 같은 날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령을 개정할 계획이었다. 조 장관은 자신이 직접 참여해야할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갑작스런 사퇴를 발표한 것이다.

조 장관이 전격적인 사퇴를 두고 그 배경이 무엇인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곧 사퇴할지라도 이튿날 국무회의 등에서 검찰개혁안 등이 통과된 이후가 적절하지 않냐는 것이다. 반면 조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더 뒤로 미룰 수 없었다는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결국 결심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나왔다.

한 법조계 인사는 “내일 법무부 국감서 조 장관에 대한 새로운 폭로가 있을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또는 조 장관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한 것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일각에선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조 장관의 사퇴를 적극적으로 청와대에 건의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조 장관을 더는 끌고 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조 장관 사퇴 발표 직후 ‘당과 사전 교감은 없었는지’ 묻는 기자들에게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사퇴 소식을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당에선 아무 것도 개입한 게 없다”며 잘라 말했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진행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의 통과를 위해서 조 장관과 정부여당이 논의한 끝에 결단을 내렸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법무법인 하나의 강신업 변호사는 “지금 오는 29일 패스트트랙을 통과시키겠다 그런 말이 나오고 있는데, 조 장관이 계속 자리를 지킬 경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의 협조를 받고, 자유한국당을 설득하는 형식을 취해서 어떻게든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조 장관이 있다면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장관 사퇴에 대해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조 장관 본인의 결심이었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이날 오후 조국 장관의 사퇴 발표 직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비공개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조 장관은 계속 촛불을 지켜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며 “언제 (사퇴를) 밝혔느냐는 최종 시점이기에 추후에 말하겠다. 계속 그런 고민이 있었다고만 말하겠다”고 했다.

조 장관은 이날 검찰개혁 방안 추가 발표를 마친 뒤 3시간 남짓 지났을 무렵 전격적으로 사퇴 뜻을 밝혔다.

조 장관은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 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이어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며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했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며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지난 8일 장관 취임 한 달을 맞아 11가지 ‘신속추진 검찰개혁 과제’를 발표했다. 행정부 차원의 법령 제·개정 작업도 본격화 됐다”며 “전날엔 검찰개혁을 위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계획을 재확인했다. 이제 당정청이 힘을 합해 검찰개혁 작업을 기필코 완수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적 과제가 됐다. 어느 정권도 못한 일”이라고 자평했다.

조 장관은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