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 서울 양재동 본사 ⓒ천지일보DB ⓒ천지일보 2019.3.22
현대기아자동차 서울 양재동 본사 ⓒ천지일보DB ⓒ천지일보 2019.3.22

韓美 ‘쎄타2 엔진’ 평생 보증

‘엔진 진동감지 시스템’ 적용

“국내 늑장대응은 늘 아쉬워”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품질과 안전, 환경과 같은 근원적 요소에 대해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 치의 양보 없는 태도로 완벽함을 구현해 나가야 한다.”

지난 1월 현대자동차그룹 시무식에 앞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에게 당부한 말이다.

그로부터 약 9개월이 지난 11일. 현대차그룹은 2015년부터 결함 논란을 빚었던 ‘쎄타2’ 엔진에 대해 한국과 미국 고객에게 평생 보증을 제공하고 예방장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평생 보증과 고객보상 등 품질비용에 약 9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러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감에 따라 당장의 실적은 물론 장기적으로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한 일이지만, ‘품질 최우선 경영’을 강조해온 정 수석부회장이 품질 논란을 끝내려는 결단인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쎄타2 GDi 차량을 대상으로 엔진 예방 안전 신기술인 ‘엔진 진동 감지 시스템(KSDS)’ 적용을 확대하고 이 차량에 대한 엔진을 평생 보증하기로 했다. 엔진 결함을 경험한 고객들에게는 보상도 실시한다.

국내 보증 대상 차량은 쎄타2 GDi와 쎄타2 터보 GDi 엔진이 장착된 2010∼2019년형 현대차 쏘나타(YF/LF), 그랜저(HG/IG), 싼타페(DM/TM), 벨로스터N(JSN), 기아차 K5(TF/JF), K7(VG/YG), 쏘렌토(UM), 스포티지(SL) 등 총 52만대다.

앞서 1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진행 중이던 쎄타2GDi 엔진 집단 소송과 관련해서도 소송 고객들과 화해 안에 합의하고 미국 법원에 화해 합의 예비 승인을 신청했다. 미국에서도 2011~2019년형 쎄타2 GDi 차량에 대해 KSDS 적용, 평생보증, 국내와 동등한 수준의 보상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대상 차량은 현대차 230만대, 기아차 187만대 등 모두 417만대로 쏘나타, 싼타페 스포츠, 투싼, 옵티마, 스포티지, 쏘렌토 등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고객 최우선 관점에서 고객 만족도 제고를 위한 방안을 검토했다”며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이 같은 평생보증 및 보상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쎄타2 GDi 엔진에 대한 외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고객을 위한 제품 및 서비스 개발 등 자동차 회사 본연의 업무에 더 집중하기 위한 판단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양사는 미국 집단소송의 법원 예비승인이 완료되는 시점에 해당 차종을 보유한 고객에게 별도 안내문을 발송하고, 이번 후속조치에 대해 안내할 예정이다. 국내에선 보증기간이 끝나 엔진을 유상으로 수리한 고객에게 수리비용과 외부업체 견인 비용을 보상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인한 ‘품질 비용’은 현대차가 6000억원, 기아차가 3000억원 등 총 9000억원이며 3분기(7~9월)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늦게라도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선도적으로 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며 “현대차그룹의 판매 비중은 수출 80%, 내수 20%로 국내 고객들의 피해를 보상해주는데 큰 비용 부담이 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 이렇게 늑장을 부리며 진행하는 것은 늘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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