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양분된 서초동… “검찰개혁” vs “조국퇴진” 찬반집회

[천지일보=김정필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2일 네 번째 검찰에 나와 조사받는 가운데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일대에서는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조 장관을 지지하는 집회와 조 장관을 규탄하는 맞불 시위가 동시에 열렸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범국민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6시부터 검찰 개혁과 조 장관 수호를 주장하며 서초역 사거리에서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이번 집회는 이 단체의 네 번째 토요일 집회다.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현장은 문화제 시작 전인 4시경부터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시민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유모차를 탄 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은 스태프의 안내를 따라 순서대로 자리를 잡았다. 쌀쌀해진 날씨 탓에 두꺼운 점퍼를 입고 온 이들 손에는 ‘조국수호 검찰개혁’ ‘정치검찰 아웃’ ‘최후통첩’ ‘친일잔당 아웃’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주최 측은 이날 참여 인원을 따로 추산해 밝히지는 않았다. 주최 측은 “누에다리에서 예술의 전당까지 1.7㎞, 서리풀터널에서 교대역 사거리까지 1.6㎞ 구간 도로가 꽉 찼다”고 말했다. 실제 서초동 사거리는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누에다리부터 교대입구 교차로(삼거리), 대법원 정문부터 교대역 사거리까지 8차선 도로를 점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를 맡은 방송인 노정렬씨는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검찰개혁 조국수호” 구호를 외치며 촛불 문화제를 시작했다. 노씨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제기한 ‘KBS가 조 장관의 부인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모씨와 한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언급했다.

그는 “검찰 수사를 받는 사람과 인터뷰한 내용을 검찰에 크로스체크하는 게 맞느냐”며 “국민과 헌법 위에 군림하고 서로 ‘빨대’를 빨아 국민의 고혈을 빨아먹은 검찰과 언론, 친일 잔당을 국민의 촛불로 태워버리자”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가한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검찰 개혁 촉구 시국선언에) 동참한 교수와 연구자가 8000명이 넘는다”며 “우리가 서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촛불 시민들의 힘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앞으로 검찰 개혁에 머무는 게 아니라 언론·경제·교육 개혁은 물론 종교 개혁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 반대 취지의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선 “광화문에 몰린 숫자는 대부분 특정 종교의 신자들”이라며 “가짜 종교인들, 가짜 종교를 몰아내고 종교 단체에 세금을 내게 해 투명한 현금 흐름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연사로 나선 최민희 전 국회의원은 “세계경제 포럼에서 대한민국 국가순위를 발표했는데 13위다. 2014년 박근혜 정권 때는 40위권이었다”면서 “거시경제 안정성과 정보통신 보급률은 세계 1위다. 이렇게 문재인 정부가 잘하는 게 많은데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권력 비판이 언론의 사명이지만 언론은 검찰은 비판하지 않고 있다”며 “언론에 묻는다. 권력 비판이 사명이라면서 왜 검찰은 비판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 제목을 ‘우리는 언제든 다시 모인다(We‘ll be back)’로 정했다. 이번 주를 끝으로 집회를 잠정 중단하지만 검찰개혁이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나오겠다는 의미다. 집회를 주도하는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 관계자는 “검찰이 개혁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음 주라도 촛불은 다시 켜질 것”이라며 “잠정 중단일 뿐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누에다리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서는 조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맞불 집회’가 열렸다.

우리공화당은 이날 낮 12시 30분부터 서울역에서 ‘조국 구속 태극기집회’를 연 데 이어 이후 오후 4시부터는 서울성모병원 앞으로 장소를 옮겨 2부 집회를 열었다. 우리공화당의 서초동 주말 집회는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다.

당원과 지지자들은 서울성모병원 정문 앞에서 국립중앙도서관 앞까지 이르는 7개 차로 약 250ｍ를 차지하며 “조국 구속” “문재인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서울성모병원 쪽을 향해 “대통령님 힘내세요” “탄핵 무효” 등 구호를 외치며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 공화당에 따르면 이날 1차 집회에 5만명, 2차 집회에 약 10만명이 참석했다.

보수 성향 자유연대도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초경찰서 앞 7개 차로 150ｍ 구간에서 ‘조국 구속, 문재인 퇴진 요구 결사항전 맞불집회’를 열었다. 자유연대 관계자는 1만여명이 참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