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출처: 뉴시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출처: 뉴시스)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방문해 추모… 日 고위 관계자로서 처음

“국가협정으로 개인배상청구 소멸되지 않는 것은 국제적 상식”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12일 부산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방문해 다시 한 번 사죄의 고개를 숙였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 강제징용 기업에 대한 개인배상 청구와 관련해 국가협정으로 개인배상청구가 소멸되지 않는다며 일본 정부를 향해 일침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 2015년에는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지난해에는 경남 합천 원폭 피해자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사죄한 인물이다. 그는 평소 ‘사과는 피해자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해야 한다’는 정신을 갖고 이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전날 한국을 찾은 하토야마 총리는 이날 부산 남구에 위치한 국립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방문해 역사관을 꼼꼼히 살폈다. 이곳은 지난 2015년 12월에 개관해 일제의 강제동원 참상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조성됐다. 일본 고위 관계자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개관 이후 처음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하토야마 전 총리는 역사관 곳곳을 꼼꼼히 살펴보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묵념하며 애도를 표하기도 하고 강제징용 피해자의 모습을 재현한 탄광노동자 모형 앞에서는 한참을 서 있었다. 또 그는 7층 옥상에 마련된 추모공원 내 추모탑 앞에서는 헌화하고 고개를 숙여 추모했다.

탄광 노동자 모형 앞에 고개 숙인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출처: 연합뉴스) 2019.10.12
탄광 노동자 모형 앞에 고개 숙인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출처: 연합뉴스) 2019.10.12

하토야마 총리는 “(일제 강제동원) 당시 2000만명밖에 없던 조선인 중 약 800만명에 달하는 분들이 일제에 동원돼 군인, 군속, 노동자로 고생하고 목숨까지 잃었다”며 “과거에 저질렀던 역사를 제대로 직시하자는 의미에서 이번 방문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인이 이 역사관을 방문해 겸허하게 역사의 진실을 봤으면 좋겠다면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고 전쟁범죄 가해국가로서 많은 상처를 입힌 것에 대해 역사적 사실을 보기 위해 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또 “한일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이 해결됐다고 일본 정부는 주장한다”면서 “국가 간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세계적 상식인 만큼 일본도 이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가 일본 기업을 상대로 배상청구 소송을 낸 것에 대해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든 배상이 해결됐다며 모든 책임이 한국 정부에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3일 경남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2층에서 원폭 피해자들을 만나 무릎을 꿇은 채 위로를 전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8.10.3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3일 경남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2층에서 원폭 피해자들을 만나 무릎을 꿇은 채 위로를 전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8.10.3

하토야마 전 총리는 전날 한국을 방문해 경남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오후에는 부산대에서 ‘한반도 문제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한편 하토야마 전 총리는 1986년 중의원에 당선된 뒤 7선을 기록했으며, 2009년 9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제93대 일본 총리가 됐다. 후텐마 미군기지 문제로 1년 만에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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