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10

靑 “文대통령 참석 않을 방침”

李총리, 대신 갈 가능성 높아

한반도정세 위해 日관계 중요

“日기업 자산매각 전 해결 봐야”

“한류 포함 문화사절단도 방법”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오는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신 일본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총리의 일왕 즉위식 참석을 계기로 그동안 양극으로 치닫던 한일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한일관계는 한국 대법원의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이 확정되면서 일본이 한국을 향해 수출규제 강화 보복 조치를 취하면서 악화됐다. 한국도 이에 맞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리는 등 양국 관계는 극으로 달리고 있다.

청와대 측은 11일 문 대통령이 이번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지 않을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도 그럴 것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 보복이 2달을 넘겼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이를 철회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일본을 방문할 시점은 아니라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인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게 되면 한일 정상회담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전과 다른 획기적인 해법안이 없는 상황에서 회담이 불발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한일관계는 개선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한반도·동북아의 평화와 북핵문제 대응을 위한 한미일 공조를 위해서라도 역사적인 문제와 한일관계 개선을 투트랙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존 기조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외교적 노력은 지속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을 대신해 일왕 즉위식에 이 총리가 참석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일왕 즉위식을 위해 각국 정상들에 초청장을 보낸 상황에서, 상징적 지위가 있는 이 총리 정도는 가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지난 4일 일본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아베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한국을 향해 “국제법에 따라서 국가와 국가 간 약속을 준수하라고 하고 싶다”면서도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언급했다. 또 최근 NHK는 이 총리가 방문하면 아베 총리와 회담을 할 수 있다고 보도하는 등 일본 언론도 이 총리의 방일과 아베 총리와의 회담 가능성을 내놓기도 했다.

이 총리가 일본에 대한 전문가로 평가되고 있는 점도 이 총리의 방일 가능성을 높인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11일 일왕 즉위식에 문 대통령이 참석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일본 전문가인 이 총리가 협상력을 발휘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손 대표는 “현재 꽉 막힌 한일관계 해법을 찾기에는 부족하다”며 “문 대통령이 참석하면 일본 국민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이 총리가 일왕 즉위식에 참석해 아베 총리를 만나고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가 4일 즉위 후 처음으로 국민을 만나는 '잇판산가'(一般參賀) 행사에 참석해 도쿄 황궁 발코니에서 인사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가 4일 즉위 후 처음으로 국민을 만나는 '잇판산가'(一般參賀) 행사에 참석해 도쿄 황궁 발코니에서 인사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李총리 가면 관계개선 강력한 메시지 전달해야”

현재 양국 정치·외교적 분위기상 문 대통령을 대신해 이 총리가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다만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보복 철회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일본은 문 대통령이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이 방일하면 일본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오지만, 정치 역학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나루히토 일왕이 분, 초 단위로 각국 정상들과 인사를 나누는 상황에서 소통을 길게 할 수는 없기에 일본 전문가인 이 총리가 방문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가 문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가서 한일관계를 개선하자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며 “2달 후에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관련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매각이 시행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한일관계는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양 교수는 “한일 양국이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악화된 관계를 해소할 의지가 강하지 않다”며 “최근 유엔(UN) 총회에서 한일 간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주에는 한일 간 국장급 협의가 있다”며 “구체적인 해법이 정리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근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 총리가 일본을 방문하면 화해 제스처를 나타내는 것”이라면서 다만 “일왕 즉위식이 정치적인 자리가 아니라 일본의 큰 축제이기 때문에 무역 갈등과 연동해서 대화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일왕 즉위식은 일본의 가장 큰 행사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한류를 포함한 문화사절단 등 소프트파워를 활용한 공공외교의 기폭제를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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