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교수의 이웃나라 이야기_뉴질랜드 (15)] 전쟁 속에서 태어난 안작 비스킷(Anzac Buiscuit)
[박춘태 교수의 이웃나라 이야기_뉴질랜드 (15)] 전쟁 속에서 태어난 안작 비스킷(Anzac Buisc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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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당한 동료를 옮기는 안작 군인(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0.11
부상당한 동료를 옮기는 안작 군인(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0.11

1914년 7월 28일 유럽을 중심으로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은 1918년 11월 11일까지 무려 4년 정도 지속됐다. 일명 유럽 전쟁((European War)이라고도 한다.

이 전쟁에서 약 7천만 명의 군인이 참전하여 9백만명 이상이 전사했다. 막대한 손실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군사를 파병했다. 당시 인구 500만명의 호주에서는 33만명이, 인구 100만명의 뉴질랜드에서는 11만명을 파병했다. 뉴질랜드 역시 많은 손실을 입었는데, 참전용사 11만명 중 1만 8000명이 전사하고 5만 5000명이 부상을 당했다.

1915년 4월 25일은 뉴질랜드군과 호주군이 터키의 갈리폴리(Gallipoli) 반도 상륙작전을 전개하기로 돼 있었다. 이를 위해 호주에서는 2만명, 뉴질랜드에서는 1만명 등 약 3만명이 호주·뉴질랜드 연합군(ANZAC, Australia New Zealand Army Corps)을 편성, 파병했다.

상륙작전에 돌입한 호주·뉴질랜드 연합군은 드디어 상륙에 성공하여 8개월 동안 케말 파샤의 터키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그러나 참패하고 말았다. 그 결과 이 작전에 참전한 뉴질랜드 용사 1만 명 중 갈리폴리 반도에서만 2700여명이 전사했으며 5000명이 부상당했다. 호주군에서는 8700여명이 전사하여 호주군과 뉴질랜드군을 합쳐 총 1만 1000여명이 전사했다. 그럼에도 호주·뉴질랜드 연합군(ANZAC)이 8개월 동안 상륙지역을 방어했다.


안작 데이(Anzac Day)

‘안작(ANZAC)’이란 이름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가했던 호주·뉴질랜드 연합군(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의 약자이다. 뉴질랜드에서는 해마다 4월 25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여 ‘안작 데이(Anzac Day)’로 부르고 있다.

4월 25일로 정한 이유는 1915년 4월 25일 전개된 터키의 갈리폴리 반도 상륙작전에서 희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날이기 때문이다. 안작 데이는 터키의 갈리폴리에 상륙했던 호주․뉴질랜드 연합군이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8개월 간 치열한 전투를 벌인 결과 희생된 병사들을 기념하고 그 뜻을 후세에 전하고자 1916년에 처음으로 거행됐다. 따라서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용감하게 싸웠으나 희생당한 호주․뉴질랜드 연합군과 당시 국가를 위해 힘쓴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추모하기 위함이다.

안작 데이에 뉴질랜드에서는 추모집회를 여는데 주로 새벽시간에 연다. 이러한 이유는 동이 트는 새벽 시간에 공격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고요한 새벽 시간에 다양한 장소에서 추모행사가 시작되는데, 추모행사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이 어둠을 헤치고 밝게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할 만큼 진지하고 적극적이다. 아울러 거리 곳곳마다 펼쳐지는 퍼레이드도 장관을 이룬다. 육·해·공군은 물론, 참전용사의 후손 및 연합국 군인들이 참여한다.

근자에 이르러 안작 데이에서 다루는 추모 대상 범위가 더욱 확대되었다. 원래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에 기인하고는 있으나, 이후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 참전, 베트남전쟁 참전, 한국전쟁 참전, 중동 걸프전 참전 그리고 보스니아 내전에서 평화유지군 활동 등을 포함하여 나라를 위하여 힘썼던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오클랜드 전쟁기념박물관(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0.11
오클랜드 전쟁기념박물관(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0.11


안작 비스킷(Anzac Buiscuit)

안작 데이가 다가오면 뉴질랜드 곳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안작 비스킷(Anzac Buiscuit)’을 판매한다. 안작 데이를 기념하고 전우회를 지원하기 위함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뉴질랜드에서는 전쟁터에 나가는 아들과 남편, 이웃, 참전용사들을 위해 그들의 아내, 가족, 부녀회가 중심이 돼 회의를 열었다. 회의 개최의 목적은 참전 군인들을 위해 구호물품을 마련하는 데 있었다. 구호물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허기를 채우는 것은 물론 영양을 갖춘 음식을 만드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참전 군인들이 멀리 유럽까지 가기 때문에 수송이 쉽고 장기간 동안 변질되지 않는 음식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빵을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포만감도 느낄 수 있도록 해야만 했다. 수차례의 회의를 통해 오랫동안 저장이 용이하고 상하지 않는 음식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았다. 결론적으로 비스킷을 만들기로 했다.

비스킷은 전장에서 소지하는 데 편리할 뿐만 아니라 차나 커피 등과 함께 먹기에 좋기 때문이었다. 뉴질랜드인들은 일상에서 이미 비스킷이나 쿠키를 만드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전쟁 중이어서 식재료는 늘 부족했다. 비스킷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주재료가 계란과 우유다.

하지만 당시 계란도 우유도 턱없이 부족했다. 비스킷을 만들어야 하는데 주재료가 없으니 난관에 부닥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군인들 중에는 양계업자, 목축업자와 낙농업자들이 많았다. 그들이 전쟁에 참가함으로 인해 닭을 키우는 사람도, 우유를 생산하는 공장도 많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양을 제대로 갖춘 맛있는 비스킷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각고의 노력 끝에 맛있는 비스킷이 탄생한다. 비록 계란과 우유가 들어가지 않지만 고소하고 달콤한 맛을 내는 비스킷을 만들어 낸다.

 

전쟁 중에 탄생한 안작 비스킷(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0.11
전쟁 중에 탄생한 안작 비스킷(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0.11

뉴질랜드 대표 비스킷으로

오늘날 뉴질랜드 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비스킷으로, 안작 비스킷(Anzac biscuit)이다.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비스킷으로 등극했는데, 재료로는 귀리, 밀가루, 버터, 설탕, 베이킹소다, 코코넛 등이 쓰인다.

이 재료들의 공통점을 보면 비교적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함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안작 비스킷은 뉴질랜드에서부터 군대가 주둔해 있는 유럽까지 보냈다. 비스킷 모양이 투박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비록 세련되지는 못했지만, 다른 쿠키들에 비해 수분함량이 적은 편이어서 수송에도 적합하며 보관도 용이했다.

만약 안작 비스킷이 계란과 우유를 사용했다면 멀리 전쟁터까지 운반하는 과정에서 상했을 수도 있다. 안작군인들은 동이 트는 새벽부터 수시로 격전을 벌여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식사는 간편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음식이 필요로 했으며 식사 시간 또한 줄여야 했다. 전쟁터에서 아침식사마저 안작 비스킷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 뉴질랜드인들은 아침식사로 차 또는 커피와 안작 비스킷을 즐겨먹는다. 이는 안작군인들의 아침식사의 주 메뉴였던 안작 비스킷에 기인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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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 2019-10-12 21:28:13
뉴질랜드의 음식문화 소개군요. 아름다운 뉴질랜드네요. 기회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