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여상규 국회 법사위원장이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 국감장에서 자신들에 대해 수사 중지를 요구하는 발언을 하고 동료 의원에 대해 욕설을 했다. 여 의원은 국회선진화법을 어긴 당사자로서 피고발인 신분이자 피의자 신분이다. 경찰로부터 세 번에 걸쳐 출석 요구를 받았고 검찰로부터도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불응하고 있는 사람이다. 여 의원은 국회선진화법을 어긴 사람들에 대한 수사를 책임지고 있는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에게 자신들에 대해 수사를 하지 말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했다. 자신들을 수사하지 않는 게 용기 있는 행동이자 사법개혁이라는 말까지 했다. 이쯤 되면 막가자고 하는 차원을 넘어 삼권분립을 근본부터 흔들고자 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여 위원장의 행동은 국회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법사위원장으로서 또 국정감사를 수행하는 감사위원으로서 권력남용 행위이고 월권행위이다. 국회 윤리위는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수사 책임자에게 범법 행위가 명백한 자신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수사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수사외압이고 수사방해 행위이다. 검찰은 이 점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그 동안 쏟아낸 막말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쏟아낸 막말은 더욱 심각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김종민 의원이 ‘수사 말라’고 말하는 여상규 의원의 말에 항의를 하자 “웃기고 앉아 있네. 정말. 병신 같은 게...”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병신’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최고로 비하하는 말이고 특히 장애인을 비하할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한 나라의 의원이 그리고 법을 다루는 국회 법사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이처럼 막말을 쏟아내서야 어떻게 대한민국 국회의 격이 서겠는가.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심히 부끄럽다.

더 국민을 피곤하게 만든 건 자신이 한 말을 속기록에서 삭제하라고 했다는 점이다. 미래에 후손이 볼까 걱정이라도 되는 걸까. 자신이 한 말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숨겨서는 안될 일이다. 속기록 삭제는 엄격히 금지 되어 있고 안보사안 등 아주 작은 예외만 있을 뿐이다. 여 의원이 이걸 몰랐을 리 없다. 법사위장의 위세를 내세워 삭제하고자 한 것 아닌가. 더욱 놀라운 것은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태도다. 황교안 대표는 말이 없고 나경원 원내 대표는 감싸기에 급급하다. 나대표는 “여 위원장의 패스트트랙 수사 언급은,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행정부 소속인 검찰이 의회 내 정치 행위에 경직된 사법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라고 했다.

말은 바로 해야 한다. ‘의회 내 정치 행위’가 아니라 명백한 범법 행위이다. 추상적인 사법 문제가 아니라 피고발자이자 피의자가 ‘나를 수사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법 체계 파괴적인 행동이다. 사법적 절차에 따라 수사하는 행위를 ‘경직된 사법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건 실상을 숨기고자 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나 대표는 민주당의 윤리위 제소를 두고 ‘인민재판’ 운운하며 논점을 바꾸려 하고 있다. 나대표는 “수사를 방해하고 검찰을 탄압하는 ‘서초동 인민재판’으로도 모자라, 이제 동료 국회의원의 입에도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회 인민재판’을 하겠다는 것인가” 하고 물었다. 여 의원의 반헌법직인 행동과 막말을 두고 왜 서초동 집회를 끌어들이고 인민재판이라는 색깔론적 말까지 동원하는가. 징계에 힘을 보태야 할 사안이 명백함에도 여당을 공격해서 자신들의 잘못을 가리려는 얄팍한 꼼수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자성해야 한다. 자신의 당 소속이라고 해서 잘못을 감싸면 그 잘못은 계속 반복될 뿐이다.

피감기관 책임자를 앞에 두고 자신들에 대한 수사를 멈춰달라고 요구한 행위는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국감장에서 동료 의원에 대해 욕설을 퍼부은 것은 그를 뽑아준 유권자 나아가 국민을 모욕한 행위이다. 여 의원은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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