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새말모임’에서 다듬은 말
발 빠른 우리말 다듬기 실효성 높인다

[천지일보=이미애 기자] 국립국어원(원장 소강춘)이 ‘머그샷 제도’를 대체할 우리말로 ‘피의자 사진 공개 제도’를 선정했다.

국립국어원은 국어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의 시선에서 좀 더 세련되고 수용도가 높은 우리말을 찾고,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올 9월부터 ‘새말모임’을 발족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20~30대 젊은 세대 위주의 홍보·출판 전문가, 정보·통신 전문가, 아나운서, 교사, 영어 전문가, 대학생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 이뤄진 ‘새말모임’은 새로 유입되는 외래 용어가 자리를 잡기 전에 발 빠르게 새말을 마련하고 널리 퍼뜨리기 위해 모든 회의를 누리소통망(SNS)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새말모임에서 처음으로 다듬은 말은 ‘머그샷(mug shot) 제도’이다. 머그샷은 구속된 피의자를 식별하기 위해 경찰이 촬영하는 사진을 가리키는 폴리스 포토그래프(Police Photograph)의 은어이며 ‘머그’는 페이스(face)의 속어다.

국립국어원이 국어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의 시선에서 좀 더 세련되고 수용도가 높은 우리말을 찾고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올 9월부터 ‘새말모임’을 발족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제공: 국립국어원) ⓒ천지일보 2019.10.10
국립국어원이 국어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의 시선에서 좀 더 세련되고 수용도가 높은 우리말을 찾고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올 9월부터 ‘새말모임’을 발족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제공: 국립국어원) ⓒ천지일보 2019.10.10

최근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에 대해 신원 공개가 결정됐는데, 피의자가 긴 머리로 얼굴을 가려 피의자 신원 공개 제도를 무력화한 사례가 있었다. 피의자 신원 공개 제도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이른바 ‘머그샷’을 찍어 공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관련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경찰청에서도 관련 제도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립국어원은 또한 언론이나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는 이러한 제도를 임의로 ‘머그샷 제도’라고 부르는 데, 우리 사회에서는 생소한 용어이므로 이 말이 완전히 자리를 잡기 전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1일까지 새말모임 위원들은 누리소통망에 마련한 대화방에서 저마다 대체어들을 제시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국립국어원은 토론 내용을 토대로 내부 검토를 거쳐 ‘피의자 사진 공개 제도’가 가장 직관적이고 쉽게 이해되는 ‘말’이라고 보아 ‘머그샷 제도’의 대체어로 최종 선정했다. ‘머그샷’만 가리킬 때는 피의자 사진 또는 피의자 사진 촬영으로 일관되게 대체해서 쓸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국립국어원은 앞으로도 어떤 용어가 새로 유입되고 있는지 수시로 조사하고 널리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외래 용어가 포착되면 곧바로 새말모임을 열어서 발 빠르게 새로운 우리말을 만들어 보급할 계획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