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글날, 국회의원 막말 방지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기고] 한글날, 국회의원 막말 방지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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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전 동의대 외래교수

ⓒ천지일보 2019.10.10

철학자 하이데거의 말을 빌리자면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Die Sprache ist das Haus des Seins).’ 즉 언어는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우리 인간 존재는 그 언어 안에서 거주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언어 사용은 그 존재의 사유방식을 알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이런 측면에서 요즘 연이은 국회의원의 막말과 욕설 퍼레이드를 보면 정치인들이 상대 진영 또는 국민을 대하는 의식의 흐름이 어떠한지를 가늠할 수 있다.

사실 정치권의 막말이 하루 이틀 있어 온 건 아니지만 올해 유독 그 양태가 심해 보인다. 아마도 올 한해 정치권에서 쏟아낸 막말만 모아 엮어도 막말 사전 한 권 분량은 충분히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여의도로 대변되는 국회의원들의 욕설, 막말은 그 끝이 어디까지인지 모를 만큼 도를 한참 넘어서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당의 대표와 원내대표 그리고 최고위원급 중진의원들까지 서로 경쟁하듯 막말을 쏟아놓고 있다. 심지어는 방송을 통해 전 국민이 시청하는 국감 현장에서도 입에 담기 힘든 쌍욕과 인격 모독성 발언이 연일 되풀이 되고 있다. 특히 야당인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막말 발언은 그 수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동료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을 향해 ‘웃기고 앉아있네 병X 같은 게’라며 면전에서 욕설을 퍼부었으며 같은 당 김승희 의원 역시 국감에서 개별 대통령기록관 건립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을 ‘치매 초기증상’이라고 망발을 퍼부었다. 또한 한국당 출신 조원진 의원 역시 동료인 이재정 의원을 향해 ‘야. 어이’라며 시정잡배의 말투를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정쟁 차원이 아니라 증인으로 출석한 시민에게까지 막말을 멈추지 않았다. 역시 한국당 소속인 이종구 의원은 중소기업벤처부 국감에서 참고인으로 나온 이정식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장의 발언 이후 퇴장하는 뒤에다 대고 킥킥대며 “검찰개혁까지 나왔어. 지X하네. 또X이 같은 새X들”이라고 원색적인 욕설로 비아냥거렸다. 그리고 이는 고스란히 마이크에 담겼다.

사실 ‘말재주’는 정치인의 전문 영역이다. 시대정신을 담은 강력한 연설, 혹은 말 한마디는 사람을 감동시키고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링컨의 그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나 케네디의 대통령 취임식 연설 “나라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를 묻기 전에 먼저 자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라” 등은 시대를 관통하고 대중을 움직인 대표적인 연설이다.

암울하던 군사독재시절 이 땅의 양심들을 흔들어 깨웠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또는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러면 대통령 자격이 있습니까”라며 색깔론에 맞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자후 역시 시대를 관통하는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 정치권에는 영혼을 울리는 명언은 없고 역사의식도 품격도 찾아볼 수 없는 기교뿐인 말재주와 말장난, 대중의 말초적 감각을 자극하는 막말만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는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노골적인 욕설까지 등장하고 있다. 정치권 자체가 어느덧 막말 정치인이 살아가기에 최적의 조건을 두루 갖춘 환경이 조성된 탓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노이즈 마케팅’ 자체가 인지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얄팍한 의도가 깔려 있으며 비난이야 시간이 흐르면 잊혀질 것이고 인지도만 상승하면 된다는 정치적 계산이 득이 되는 정치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본인 부고장만 아니면 그 어떤 것이라도 이름을 알리는 것이 좋다’라는 여의도 정가의 금언(?)처럼.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막말로 정치적 이득을 누릴수록 우리 사회가 더욱 황폐해지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이 문제다. 국민은 더 깊은 정치혐오에 빠지고 막말을 정치인의 전매특허쯤으로 여기게 되면서 면죄부를 발급한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막말 면허’를 획득하고 서로 경쟁적으로 막말을 양산하며 이러한 양상이 무한 반복된다.

고구려와의 안시성 싸움으로 잘 알려진 당태종이 신하들과 정치 문답을 주고받은 내용을 담은 책 ‘정관정요(貞觀政要)’에는 ‘모든 화근은 혀끝에 있다. 입에서 한 번 나온 말은 다시 입안에 돌려 넣지 못한다’는 문구가 있다. 그만큼 말을 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세종대왕이 애민 정신으로 창제한 훈민정음을 기념하기 위해 지정된 한글날. 그 뜻깊은 날을 맞이해 정치인들은 다시 한번 말과 글의 의미를 곱씹어보고 품격있는 언행으로 국민의 모범을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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