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조국 법무부 장관. ⓒ천지일보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조국 법무부 장관. ⓒ천지일보

법무부·검찰 앞다퉈 개혁안 내놔

수용 형식이지만 반복 내용 많아

검찰개혁 주도권 놓고 다툼 분석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며칠 간 검찰개혁 이슈를 선점하며 자체 개혁안을 쏟아냈다. 이에 조국 법무부 장관도 검찰개혁 청사진을 발표하며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오랜 시간 성공하지 못할 것 같던 검찰개혁이 단 며칠 만에 이뤄질 듯 진행되고 있다. 연달아 터져 나온 검찰개혁안에 담긴 의미들은 무엇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취임 한 달을 맞은 조 장관은 전날인 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직접 브리핑을 열고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조 장관은 당장 관련 작업에 착수할 수 있는 ‘신속추진과제’와 폭넓은 의견 수렴 등이 필요한 ‘연내추진과제’ 등을 설정해 발표했다.

설정된 과제들의 이름을 통해 볼 수 있듯 전반적으로 빠르게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조 장관은 “저와 법무부는 검찰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국민의 뜻을 새기며 ‘다음은 없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며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주목할 만한 내용은 역시 특수부 축소와 직접수사 축소, 심야조사 금지, 부당한 별건수사 제한 등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브리핑룸에서 검찰개혁 추진계획에 대한 대국민 보고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브리핑룸에서 검찰개혁 추진계획에 대한 대국민 보고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8

이 중 특수부 축소는 조 장관 발표 전날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권고했던 전국 특수부 축소안 대신 검찰이 밝혔던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3개 거점청만 남긴 채 특수부를 폐지하겠다는 안을 채택해 발표했다.

조 장관은 “대검 제안을 받아들이는 건 너무 당연하다. 개혁위 권고사항은 단기적으로 할 수 없고, 성격이 약간 달라서 수용도 차이가 있다”며 “특수부의 경우 검찰조직을 전체적으로 개편해야 할 문제여서 대검 개혁안에 각계 견해를 포함해 최종적으로 대통령령을 바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검사장급의 관용차량 폐지, 심야조사 금지, 외부기관 파견검사 복귀 등의 내용도 검찰이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수용한 것들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총장에게 지시한다”며 자체적인 개혁안을 내놓을 것을 강력한 어조로 지시한 바 있다. 윤 총장은 대통령 지시 하루 만에 특수부 축소 등을 포함한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다. 불과 며칠 뒤엔 피의자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피의자 공개소환의 경우 1993년 ‘포토라인’이라는 방식이 시행된 이래 ‘국민적 알권리’ 차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등도 피해갈 수 없었던 절차였다. 그러나 인권 침해 등의 논란이 일며 수년간 어느 쪽이 맞는 것인지 부딪히는 일이 반복됐다.

하지만 조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소환 방식을 두고 발생한 논란과 검찰개혁 기류가 합쳐지며 윤 총장의 전격적인 지시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24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23일 PC 하드디스크와 업무 관련 기록 등을 확보하기 위해조국 법무부 장관의 방배동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 ⓒ천지일보 2019.9.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24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23일 PC 하드디스크와 업무 관련 기록 등을 확보하기 위해조국 법무부 장관의 방배동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 ⓒ천지일보 2019.9.24

문 대통령의 지시가 있긴 했지만, 윤 총장이 유의미한 방안들을 내놓으며 검찰개혁에서 검찰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실제 포털에 게시된 각 기사 댓글에서도 윤 총장의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조 장관과 법무부가 검찰개혁 청사진을 발표한 것도 취임 한 달을 맞은 의미도 있겠지만 검찰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모양새를 막기 위함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형사공판부의 확대, 부당한 별건수사 제한, 출석조사 최소화, 검찰에 대한 감찰 강화 등의 내용도 발표했다. 그러나 빠른 시간 내에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지가 앞섰던 탓인지 아직 정비가 되지 못한 모양새다.

별건수사를 제한하는 것을 두고 어디까지가 별건수사인지 명확하지 않아 일부 검사들을 대상으로 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석조사 제한 등을 두고는 정 교수 소환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출석조사 제한의 의미에 대해 “명백한 자백 사건 등 검찰에서 굳이 불러서 조사 안 해도 되는 그런 경우에 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한 내용들이 대부분 대통령령이나 법무부 훈령·예규로 이뤄진다는 점도 문제다. 국회 입법을 통한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정권이 바뀔 시 다시 바뀔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조 장관이 취임하면서 말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이라는 목표에는 못 미친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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