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덩치 값 못한다는 말이 있다. 누가 처음 한 말인지, 잘도 만들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하는 짓을 보면, 아하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싶다.

지난해 도루를 제외한 타격부문 7관왕,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우고 골든글러브와 최우수선수상을 거머쥔 대한민국 간판타자 이대호 선수와의 연봉 협상에서 롯데는 그 이름 자이언츠, 즉 거인에 전혀 걸맞지 않은 소인배 행태를 보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조정으로 6억 3000만 원으로 결정이 났는데, KBO라는 게 구단의 편을 들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가재는 게 편’인 셈인 걸 보면 그 결정이라는 것도 공정하다 말하기 어렵다.

이 선수가 요구한 7억 원을 인정해 주었더라면 이 선수 본인뿐 아니라 응원부대인 부산 갈매기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선수 본인은 물론 부산 갈매기들도 자존심이 확 구겨졌을 것이 분명하다.

7000만 원이면 과자 좀 더 팔고 놀이 공원 좀 더 돌리면 될 돈이다. 그 돈 아껴서 무슨 큰 영광을 누리겠다는 건지, 참 한심하고 답답하다.

부산 갈매기들이 누구인가. 가을에도 야구하자며 한 목소리로 부산 갈매기~를 불러대는 멋진 야구팬들 아닌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화끈하게 주어 버리는, 뒤끝 없는 ‘앗쌀’한 사람들이다. ‘쫀쫀’한 것도 ‘억수로’ 싫어한다.

부산 갈매기들 성질이라면 “우리가 돈 걷어서 7000만 원 줘 삐리자(버리자)” 소리 나오는 게 당연하다. 부산 갈매기들 말로, “더럽고 앵꼽아서(아니꼬아서)” 그런 것이다. 롯데 제품 사지 말자 소리도 나올 만하다.

롯데마트는 작년 ‘통 큰’ 치킨을 내놓은 데 이어 설날을 앞둔 최근 ‘통 큰’ 두부를 출시했다. 타 브랜드 제품에 비해 3분의 1 밖에 안 되는 파격적인 가격의 수입 콩 두부를 선보인 것이다. 이처럼 통 큰 걸 좋아하는 롯데라면, 야구도 통 크게 하지 말란 법 없다. 거인이면 거인답게 통이 큰 게 이치에도 맞다.

덩치 값, 이름 값 못하기로는 홍익대도 마찬가지다. 홍익대는 청소하는 분들 고용 승계문제로 시끄럽다. 열악한 환경에서 청소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분들이 졸지에 거리로 내몰리게 됐다고 한다. 재학생들이 뜻을 모아 바자회를 열고 기금을 모으기도 했다고 한다.

홍익(弘益)이라는 말이 널리 인간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뜻인데, 이 분들 사연을 들으니 이 대학의 처사가 홍익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KBS도 덩치 값, 이름 값을 못하고 있다. KBS는 ‘이 프로그램은 여러분의 소중한 수신료로 제작되었습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내는 등 수신료 인상을 의식한 홍보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KBS가 국가기관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혹은 수신료 징수가 정당한지 나아가 수신료 인상 역시 불가피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그런 가운데 쉼 없이 터져 나오는 방송조작설은 또 무엇인가. <VJ 특공대>가 가짜 일본 관광객을 동원해 ‘그림’을 만들었다는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고, 얼마 전에는 인기 프로그램인 <1박 2일>에서 출연자들이 사 먹은 음식의 가격이 현실과 다르다는 시청자 제보가 나와 진위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뭘 그러셔!”하면 곤란하다. 방송이 양치기 소년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KBS는 특히 국가 비상사태 등에 대비, 국민들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미디어가 되어야 할 책임이 있다. 종편 방송 사업자 확대 선정으로 시청률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이고 그에 따른 왜곡 저질 방송의 우려 또한 큰 게 사실이다. 때문에 KBS의 신뢰 회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KBS는 ‘한국방송’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덩치 값, 이름 값 한다는 소리가 많이 들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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