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성동구치소의 기록, 여섯 개의 문으로 열다
40년 성동구치소의 기록, 여섯 개의 문으로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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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람객이 서울시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섯 개의 문, 닫힌 집-성동구치소 40년의 기록'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9
한 관람객이 서울시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섯 개의 문, 닫힌 집-성동구치소 40년의 기록'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9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특별전시

서울 동부 미결수 수용하던 성동구치소 모습 재현해

실제 사용하던 유류품 전시… “구치소의 교화 역할 알렸으면”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어둡고 으스스한 분위기. 줄줄이 이어진 나무 문과 철조망 사이로 평범해 보이면서도 낯선 물건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할아버지들이 정자에 앉아 사용했을 것 같은 바둑알, 붉은색 형광펜이 그어진 낡고 낡은 성경, 십자가 모양의 수제 종이공예품 등과 함께 ‘성동구치소’라고 적힌 흰색 편지함까지. 이 모든 것들은 지난 2017년에 폐쇄된 성동구치소에서 사용됐던 유류품들이다.

이 물건들과 함께 성동구치소의 모습을 재현한 전시가 지난 5일부터 서울시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역사관)에서 ‘여섯 개의 문, 닫힌 집-성동구치소 40년의 기록’이라는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 산업화 시기의 교정시설

성동구치소는 1977년 7월 7일 개청해 2017년 6월 26일까지 서울 동부 지역의 미결수 수용을 주목적으로 사용됐다. 교정시설이란 수형자, 미결수용자, 사형확정자 그 밖에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구속된 사람들을 수용하는 시설로 성동구치소도 다른 구치소와 마찬가지로 미결수용자의 수용을 주목적으로 이용됐다.

804.422m 길이의 평균 높이 4.5m의 외벽에 꽁꽁 숨겨져 총 392개의 수용자방에 최대 1270명까지 수용할 수 있었던 성동구치소는 오는 2020년에는 철거돼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지난 2018년 3월 2일 성동구치소의 소유권이 법무부에서 SH공사로 이전되면서 서울시와 SH공사는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된 성동구치소 유류품. ⓒ천지일보 2019.10.9
전시된 성동구치소 유류품. ⓒ천지일보 2019.10.9
전시장에 성동구치소 화장실을 그림으로 재현해놨다. ⓒ천지일보 2019.10.9
전시장에 성동구치소 화장실을 그림으로 재현해놨다. ⓒ천지일보 2019.10.9

◆외벽 안에 숨겨진 또 다른 삶

교정시설의 특성상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됐다 보니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총 여섯 개의 주제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주제문을 하나씩 통과하면서 각기 다른 모습의 구치소를 볼 수 있다.

‘제1문 감옥에서 감옥 읽기’에서는 우리나라 전통 옥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있어지는 감옥의 형태를 기록해 놨으며 ‘제2문 정지선에 멈춘 후 근무자의 지시에 따르시기 바랍니다’에서는 옛 성동구치소의 배경과 역사를 소개 받을 수 있다. ‘제3문 공간기록 Ⅰ- 804.422M’는 성동구치소 외벽과 내벽 사이를 주제로 해 관람객이 직접 접견신청서를 쓰고 들어가는 체험을 할 수 있고 ‘제4문 공간기록 Ⅱ- 2361명’은 교도관의 검문과 실제 수감복을 입어볼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제5문 감시와 통제의 기록’에서는 실제 폐쇄회로(CC)TV의 감시 아래 구치소에서 사용되는 교정 장비를 관람할 수 있으며 ‘제6문 거실(삥깐)’에서는 실제 거실(수감방)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전시회에 전시되고 있는 보호복..ⓒ천지일보 2019.10.9
전시회에 전시되고 있는 보호복..ⓒ천지일보 2019.10.9

기자가 방문한 지난 6일에는 마감시간이 다 된 시간임에도 어린이의 손을 잡고 온 가족뿐만 아니라 외국인·연인 등 많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보고 있었다. 엄마의 손을 잡고서 겁에 질린 표정으로 관람하던 이정훈(8)군은 엄마에게 연신 “밖으로 나가고 싶다”며 졸랐다. 함께 있던 이군의 아빠 이성민(가명, 30대, 남)씨는 “여기 어떤 곳인지 아냐”면서 “정훈이가 엄마 말 잘 안 듣고 떼쓰면 나중에 혼자 이런 곳에 와야한다”며 겁을 주기도 했다. 이어 그는 “아이에게 이런 공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범죄’라는 어려운 개념을 좀 더 피부에 와 닿게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왔다”며 아이와 함께 온 이유를 설명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온 강혜리(가명, 20대, 여)씨는 “이번 전시를 통해 외벽 안의 구치소 모습을 알게 됐고, 그저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구치소의 모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전시를 통해 ‘감옥’이라는 공간에 들어와 경험해 보니 색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성동구치소에서 교도관으로 근무했던 유장익 해설사는 “구치소 안에서도 삶이라는 것이 있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교화의 역할을 맡은 구치소의 모습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며 역사관의 관람시간과 동일하게 운영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매주 월요일은 역사관의 휴관으로 관람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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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 2019-10-09 18:19:00
죄를 짓지 말자는 각오로 구치소 견학을 모두 다녀와야할까봐요. ㅋㅋㅋ